늦은 밤 갑자기 아픔이 찾아오면 누구든 당황하게 마련입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엔 병원을 가기도 꺼려져 근처에 문을 연 약국이라도 있는지 전화를 돌려볼 수밖에요. 이런 상황에서 도민들이 찾을 수 있는 약국이 있습니다. '공공심야약국'입니다.
의료 취약지대와 의료 취약 시간대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심야약국이지만, 맹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작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지역에는 공공심야약국이 없다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와 북한과 접경한 북부지역을 비롯해 농촌지역이 섞여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온통 도심으로 이뤄진 서울, 부산 등의 광역 대도시와는 다른 특성입니다.
공공심야약국은 의료접근성이 취약한 심야시간대(밤 10시~익일 오전 1시) 의약품 구매·상담 등의 편의를 제공하며 경기도가 시·군 수요조사로 신청을 받아 도지사가 지정합니다.
지난해 17개였던 공공심야약국에서는 6만3천367건의 의약품 판매·전화·조제약 판매 상담 등이 이뤄졌습니다. 공공심야약국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죠.
호응이 뜨겁자 도는 올해 공공심야약국 21개소 운영을 계획했는데, 운영상 어려움 등으로 현재는 도내 11개 시·군에서만 18개소가 운영 중인 상황입니다.
경기도내 11개 시·군 18곳 운영
의료취약지 양주·포천 등 없어
새벽1시까지 문 열땐 인력 필요
문제는 심각한 지역 편차입니다. 성남과 부천은 각 3곳씩으로 가장 많고, 용인·안양·김포 각 2곳, 화성·안양·고양·남양주·구리·연천군 각 1곳씩입니다. 반면 도내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양주·포천·가평·동두천 등을 포함한 도내 21개 시·군은 공공심야약국이 한 곳도 없습니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오전부터 그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약국을 운영하려면 인력 확충이 필수적인데, 도와 시·군이 지원해주는 인건비(수당)는 하루 9만원(시간당 3만원)에 불과하며 지난해까지 국비 지원은 한 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코로나 19 장기화로 심야시간대 이동량이 줄어 기존 공공심야약국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기도 하죠.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동두천시 관계자는 "지역 약사회 등을 통해 공공심야약국 신청을 받는데, 혼자 일하거나 나이가 많은 약사분들이 상당수라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보건부 올해 첫 예산 17억 마련
전국 60곳 지원 실효성에 의문
올해부터 시행된 '경기도 공공심야약국 운영 지원 조례' 제정 당시 비용 추계안을 보면, 인건비 확대 없이 5년 동안 매년 2개소씩 공공심야약국만 늘린다고 해도 43억7천만원(도비 30%, 시·군비 70%)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수당 등 지원을 확대하면 예산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은 예산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군비가 70%에 이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수가 적은 농촌지역의 지자체는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싶어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지방정부 예산만으로는 공공심야약국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 보건복지부가 올해 처음으로 공공심야약국 운영비 지원 예산 17억원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200개가 넘는 전국 기초단체 중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60곳만 지원할 예정이라서 실효성이 클지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공공심야약국 이용자들은 주로 밤에 일하는 노동자, 응급실 비용이 부담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약사가 다수인 약국은 보다 상황이 괜찮지만, 혼자 약국을 운영할 경우 사생활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면서 "공공심야약국이 계속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수당 현실화와 적극적인 지자체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밤 중 갑자기 아픈 아이들과 자신을 위한 공공심야약국, 어떻게 운영해야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