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금의 코로나19 방역현장을 보면 우리가 지난 2년간 온갖 희생을 치르며 벌였던 방역전쟁이 허탈하다. 정부는 2020년 1월 '우한 폐렴'이 국내에서 발생하자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확진자 동선파악과 접촉자 격리에 방역 역량을 집중했다.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 차단한다는 발상은 곧바로 발생한 대구 팬데믹으로 허구가 됐다. 그 책임을 온전히 31번 확진자와 신천지교회가 뒤집어썼다. 정부는 자영업자 영업을 제한했고, 국민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리했다. 생존권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대가로 국가재정을 위협할 거금인 수십조를 국민에게 푼돈으로 뿌렸다. 정부가 자랑한 K-방역의 성과는 방역통제와 국민희생 덕분이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 이후 거리두기와 위드코로나 사이에서 줄을 타던 정부 방역이 오미크론 변이로 속수무책이 됐다. 지난 7일 정부는 고위험군 치료역량에 집중하는 방역체계 전환을 발표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빼고는 모두 재택 치료를 하라는 각자도생 방역을 선언한 것이다. 코로나19와의 2년 전쟁에서 사실상 항복을 선언한 셈이다.
갑자기 코로나19와의 게릴라전에 내몰린 국민만 황당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장비와 정보부족이다. 자가진단키트는 씨가 말랐고 가격이 폭등했다. 2년 전만 해도 두 달이면 전국민이 자가진단을 할 수 있을만큼 생산량이 충분했던 키트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자가진단 양성 결과자에게만 PCR 검사를 허용한다면서,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재고 확인은 물론 비축도 하지 않은 것이다. 보건소에선 무료인 키트가 시중에선 부르는 게 값이다. PCR 검사비는 재난지원금보다 비싸다. 수십조 재난지원금을 뿌린 정부가 각자도생의 기본인 바이러스 검사는 시장에 내맡겼다.
상담과 치료를 전담할 병원은 부족하고 보건소 전화는 먹통이다. 재택 치료 중 위급해지면 조력을 받을 경로 파악이 힘들어 우왕좌왕한다. 12일 기준 PCR 검사자 중 확진율이 16.5%이다. 선거 출구조사에 빗대면 5천만 국민 중 수백만 명이 확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무증상 확진자나 감염후 자연 치유자들이 3차, 4차 백신 접종을 해도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이 국지전이라면 지금 오미크론 팬데믹은 마지막 전면전이다. 그런데 국지전의 승리를 자랑하며 의기양양했던 정부가 안 보인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