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가 직면한 위험을 고의로 외면하고 있는 여러 사람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다룬다고 소개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혜성 출동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과 이를 접한 일반 시민들이 보여준 행동들이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많은 후원금을 낸 기업의 이익을 위해 혜성을 30조각으로 나눠서 지구로 떨어뜨려 광물을 독점할 계획을 세운다. 이를 접한 대중들은 '룩업파'(혜성의 존재와 위험성을 인정하는 사람)와 '돈룩업파'(혜성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상업적 가치 이용에 찬성하는 사람)로 갈라져 온·오프라인 상에서 치열하게 다툼을 벌인다. 상대방의 의견과 논리에 대해서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운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믿는 것이 진실인 셈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의 상황과 아주 비슷해 보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사람이 내가 지지하는 후보만이 옳고, 상대방 후보의 흠집만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정치권이나 언론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일반 시민들은 후보들이 내건 공약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오는 6월에는 지자체장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거도 있다. 앞으로 5년과 4년 동안 우리나라와 우리 동네를 이끌 사람을 뽑아야 한다.
돈룩업이 비꼰 '탈 진실'의 시대에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투표하자'는 낡은 구호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