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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위원
2년 전 치러진 4·15 총선을 두고 여전히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있다. 보수 시민단체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이하 국투본)'는 "여당과 중앙선관위가 조직적으로 부정선거에 관여해 압승했다"고 한다. 선관위, 대법원 주변은 부정선거 진상 조사를 외치는 시위·집회장이 됐다.

총선 음모론의 뼈대는 선거통계시스템을 조작했고, 사전 투표함 투표지를 대량으로 바꿔치기해 결과가 뒤바뀌게 됐다는 거다. 선관위는 지난해 개표 과정을 공개하는 시연회를 열어 반박했다. 전례가 드물다. 박근혜정부 법무장관과 총리를 지낸 인사는 야당 대선후보 토론장에서 "지난 총선은 명백하게 불법이 개입됐다"고 했다. 진보인사는 "극우 유튜브를 보면서 인지 부조화 상태가 된 것 같다"고 비판한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은 20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초선의원이 됐다. 4·15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천893표 차로 패했다. 민 전 의원은 사전 투·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며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재검표에서 정 의원은 128표가 줄었고, 민 전 의원은 151표가 늘어 표차는 2천614표가 됐다. 전체 279표 오차다. 


법원, 선거 소송 조속 처리 오해 불식해야
선거 주심인 선관위도 의심 받아서는 안돼


선관위는 재검표를 통해 부정선거 의혹은 사실무근임이 증명됐다고 한다. 사전선거 조작, 투표지 바꿔치기, 개표 관련 전산 조작 등은 모두 허위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300표 가까운 투표지 결과가 달라진 건 단순 실수에 착오라고. 국투본 대표인 민 전 의원은 불법 시위·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조직적이고 치밀한 수법으로 광범위한 불법행위가 자행됐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는다.

2016년 20대 총선 뒤 선거 소송은 13건에 그쳤다. 4·15 총선에선 125건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31개 선거구에서 투표용지 증거보전 신청이 인용됐다. 소송 전 증거확보를 위해 투표지를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는 법적 절차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소송은 신속히 재판해야 하며, 소 제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이미 법정 시한이 지났는데, 대부분 선거구에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선거를 전제로 하는 정치시스템이다. 부정선거는 정의롭지 못한 정권을 잉태하고, 민주정치의 퇴행과 괴멸을 초래한다.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정보에 어두운 유권자와 이해 관계인이 투개표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선관위는 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의무가 있다. 법원은 선거 소송을 조속히 처리해 불필요한 오해와 분열을 불식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선거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확보하는 소임이 행정편의에 우선하는 것이다.

야당·보수단체 '공정선거감시 봉사단' 모집
현정부 주관 대선에서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올 초,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사퇴를 말렸다. 비상임위원으로 전환해 3년 더 선관위원 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대통령이 대선후보자 시절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 쪽 사람을 심는 '꼼수 인사', '인사 알박기'란 비판이 나왔다. 선관위 간부들에 이어 직원들이 사퇴 요구에 연명하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그'의 존재만으로 공정성을 심각하게 의심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조직 전체가 반동(反動)한 결과다.

선거 주심인 선관위가 의심을 받아선 안된다. 선거관리와 투·개표 전반에 의문이 남는다면 패자는 선선히 승복하지 않는다. 시위·집회로 사회는 혼란해지고, 대의민주는 근간이 흔들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편파판정에 기댄 중국 선수가 우승하면서 '마을 운동회'란 조롱을 샀다.

보수 일각에서 "사전 투표 피하고, 당일 투표를 해야 한다"고 독려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여지를 막자는 거다. 투표를 통해 다수의 의사를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대의에 반하는 무리한 주장이나, 따져볼 게 있다. 이들은 왜 '사전투표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가. 야당과 보수단체는 '공정선거감시 자원봉사단'을 모집 중이다. 선관위는 믿을 수 없고, 30만 투개표 종사자와 참관인은 디지털 부정행위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사전엔 공정과 정의가 맨 앞자리다. 현 정부가 주관하는 대선에서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