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이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말하기다. 토론은 통상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려는 토의(discussion), 대립하는 쟁점을 두고 벌이는 논쟁(debate), 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얻고 관철시키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언쟁(contention), 규칙도 논리도 없는 말싸움(quarrel) 등으로 대별된다.
플라톤 시대의 아카데미에서도 토론은 핵심 주요 교과목이었다. 여러 토론 이론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염세주의 철학자 A.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토론의 법칙'이다. 쇼펜하우어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고 입증하기 위한 토론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자신의 직위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한다, 불합리한 반대 주장을 제시해 양자택일하게 한다, 틀린 증거를 빌미로 정당한 명제도 반박한다, 거짓 추론과 왜곡으로 억지 결론을 이끌어낸다,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선다, 질 것 같으면 갑자기 딴 소리를 하거나 인신공격 같은 수단을 활용한다 등의 38가지 수법을 열거했다. 굳이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 정치토론(?)에서 익히 보아왔던 풍경들이다.
대선주자 4자 TV토론이 모두 1, 2차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11일 2차 토론은 대장동이나 상대 배우자 의혹 같은 흠집 내기와 방어 그리고 역공으로 이뤄진 비방전이었으며, 약점을 공격하는 듯하며 서로에게 변명 기회를 주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루는 이상한 토론이었다. 게다가 17일로 예정된 3차 토론은 후보자 개인의 유세 일정을 이유로 전격 취소됐다. 토론은 개인 홍보와 변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후보자들과 국민과의 공적인 약속이다. 후보자 개인이 함부로 저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향후 대선주자 토론은 약속을 꼭 준수하면서 상호 비방전이 아니라 구체적인 주제를 갖고 벌이는 진짜 토론이 됐으면 한다.
토론은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강화하면서 현대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한 유력한 방법이요, 후보자 자질 검증을 위한 국민면접의 성격도 있다. 이 소중한 토론이 언쟁, 말싸움으로 낭비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사안을 갖고 대결을 벌이는 진짜배기 토론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