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휴대전화를 보다 우연히 발견한 기사 제목 하나에 눈길이 갔다. 내용을 보니 3대(代) 가족 모두가 현역 등으로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치면 병역명문가로 선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 조카를 끝으로 가문 모두가 군 복무를 마쳤기에 인천병무지청에 병역명문가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그 후 병역명문가 선정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부친께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의용군으로 차출되어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뒤 인근 초등학교에 거점을 둔 육군부대에 배치되어 지리산 전투에 참전하셨다. 당시 인천상륙작전 이후 미처 후퇴하지 못한 중공군이 학교와 인근 마을을 습격해 식량을 약탈하며 지리산 속으로 숨어버렸고, 아군과 숨어있는 적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특히 야간 암흑 속 전투는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어려워 당시 삭발을 한 중공군과 뒤엉키게 되면 머리부터 만져보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 전투를 치르셨다고 한다. 어느 야간전투 다음 날, 섬진강 물이 붉게 변해있었다고 하니 당시 전투가 얼마나 참혹하고 치열했는지 짐작할만하다.
부친과 함께 전쟁에 참여한 숙부께서는 최전방에서 전사하셨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셨고 부친께서는 끝내 동생을 찾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여 현재 괴산 호국원에 안치돼 계신다.
이렇게 무수한 장병들의 희생으로 빚어낸 지금의 평화를 가끔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병역명문가 또한 대한민국에서 당연한 군 복무를 이행한 가문에 주는 그저 그런 명예가 아닌 수십 년 간 대를 이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가문의 자랑스러운 영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이 점차 잊혀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되새기고 대한민국의 영웅이 더욱 대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이승찬 인천 미추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