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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관극장의 모습. /경인일보 DB
 

인천에서 '개발과 보존의 충돌' 문제는 외곽 지역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매립된 갯벌 등 자연유산에서 주로 불거졌다. 이 경우 정부 차원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동식물 대체 서식지 조성처럼 그나마 최소한의 보존 조치가 제도로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구도심 개발 압력이 커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근현대 건축물 철거나 공간 훼손 문제는 법률로 지정된 문화재가 아니고서야 대안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촘촘한 법·제도에 따라 단계별로 추진되는 민간 개발 행위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지자체 등 공공 영역에서 개입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2018년 말 중구 선린동 옛 러시아 영사관 부지 옆에 건립된 29층 오피스텔 건축 허가 논란을 떠올리면 된다. 


민간개발 공공영역서 개입 어려워
문화영향평가 확대 '균형' 필요성


인천시가 추진하는 근현대 문화유산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으로 탄탄한 '개발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보존 논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맞출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우선 도입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영향평가 확대가 꼽힌다. 문화영향평가는 문화기본법에 규정된 법정영향평가로 정부 또는 지자체가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다.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공원 조성계획 등 일부 사업에서 진행한 바 있는데, 공공 또는 민간 개발로 확대하면 '강한 권고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인천의 한 문화연구자는 "인천시가 문화영향평가 제도를 준용해서 공공사업이나 대규모 민간사업에 적용하면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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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장 가동이 중단된 동일방직 인천공장과 그 주변 지역. /경인일보 DB

프랑스 파리 '경관보존 지역' 사례
'특정 지역 박물관화' 입법 주장도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기존보다 강한 제도화·입법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0일 인천시의회가 주최한 '근현대 산업문화유산 보전 방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인천의 노동·산업유산 보존과 활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프랑스 파리처럼 파리 옛 경관보존지역과 외곽 '라 데팡스'(고층 건물을 허가한 신도시) 지역으로 구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정한 지역 전체를 박물관처럼 보존·활용하는 '에코뮤지엄'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한 역사학자는 "지역 근현대 문화유산 조사를 100번 해도 강제력이 있는 제도나 규제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그동안 인천에서 발생한 사례들이 보여준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