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감소로 혈액 수급난이 계속되면서 의료기관들의 혈액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20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의 혈액보유량이 한때 2.5일분(인천 3.1일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헌혈이 줄면서 적정혈액보유량(5일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술 등으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혈액 부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천 혈액보유량 3.1일분까지 '뚝'
대학병원 하루 10팩중 4팩 공급뿐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선 하루 기준 필요한 혈액이 10팩이라면, 실제 공급받은 혈액은 많아야 4팩에 그칠 만큼 다급한 상황이라고 한다.
수술하는 환자의 혈액형에 맞는 혈액 재고가 없어 모든 혈액형에 수혈할 수 있는 O형 혈액을 수혈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혈액을 공급받기 어려워지자 외과 의료진들이 단체 헌혈에 참여해 필요한 혈액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대학병원 관계자는 "외상 환자나 뇌사로 인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수술할 때에는 급하게 많은 혈액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인천혈액원에서 받는 혈액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다른 지역에서 혈액을 공수해 수술하는 환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가 없어서 수술을 못 하는 일은 아직 없지만, 혈액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라며 "혈액원에서 큰 수술이 많은 대학병원을 우선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만큼,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은 혈액이 더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혈액형에 가능한 'O형' 수혈
의료진 단체헌혈·타지역서 공수도
환자보호자에 요청 지정헌혈 늘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진이 환자 보호자에게 혈액형에 맞는 혈액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수시로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헌혈자가 수혈자를 직접 지정하는 '지정헌혈'이 최근 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헌혈의집 부평센터 임경란 센터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지정헌혈자가 10명 중 1명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0명 중 3~4명꼴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은 헌혈 참여 감소세가 계속될 경우 혈액보유량이 1일분 미만에 해당하는 '심각' 단계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혈액원 관계자는 "1일 미만까지 감소하면 의료기관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응급 환자를 제때 수술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