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에 묻힌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사상 초유의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우려가 커지자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현역이 아닌 도전자, 정치 신인, 소수 정당 정치인들의 혼란이 크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인천 기초자치단체장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가 올해 6·1 지방선거에 재도전하기로 한 국민의힘 소속 A씨는 '대선 집중'이란 당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르면서도 한편으론 야속하다고 한다.
A씨는 "중앙당에서 개인 선거운동을 못 하게 해서 현역이 아닌 도전자들은 모두 어렵다"며 "지역구에서 열심히 대선 유세를 하는 게 결국 내 선거운동이려니 하고는 있지만, 내 얼굴을 알리는 유세는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이 지방선거로 데뷔할 기회도 현재까진 막혀 있다. 주요 정당이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대선 뒤로 미루라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주요 정당 예비후보 등록일 미뤄
국회는 '선거구 획정' 입법 멈춰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B씨는 "당내 경선이 있다면 권리당원과 책임당원 싸움인데, 예비후보로 등록해 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비공식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현재로선 정치 신인은 대선 캠페인에 적극 참여해 지역위원장 눈에 띄는 방법 외엔 데뷔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은 인천 지역 시의원과 군·구의원 선거구가 아직 획정되지 않아 어디로 출마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말까지 인천 시의원 선거구와 의원 수, 군·구의원 수를 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화했어야 했는데, 지방선거 100일을 앞둔 현재까지 입법 작업이 멈춰 있다.
사무소 이전에 공약 변경 걱정도
시민단체 "국회 명백한 직무유기"
선거구 획정 전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자칫 돈과 시간이 이중으로 들 수 있어 위험 부담도 커진다. 선거구가 바뀌면 선거사무소 위치는 물론 공약도 다시 정해야 한다. 특히 소수 정당 후보들이 불리해진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동구에 출마한 정의당 소속 기초의원 후보자는 기존 선거구에 맞춰 활동하다 선거구가 바뀌면서 세 차례나 선거사무소를 옮기기도 했다.
정의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후보들이 제대로 홍보도 못 하고 답답해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도 국회 정개특위를 열어 선거구 획정을 결론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나, 기득권 양당 구조 때문에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고 "예비후보 등록일까지도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논의를 정리하지 못한 것은 국회 정개특위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예비후보자들과 시민들의 참정권이 중대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경호·박현주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