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가 새로운 나무를 심기 위해 멀쩡한 가로수를 베어 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계양구는 도심바람길숲 조성사업을 위해 계양대로 일대 4.5㎞ 구간에 심어진 백합나무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339그루를 베어내고 있다. 계양산과 천마산의 맑은 공기를 도심지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계양구는 이곳에 소나무 379그루를 새로 심을 계획이다.
환경단체인 인천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계양구가 멀쩡한 가로수를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소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예산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계양구가 이번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35억원에 달한다.
인천녹색연합은 "도심바람길숲은 차고 시원한 바람이 도심으로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가로숲을 조성하는 내용"이라며 "도로를 줄이고 더 풍성한 가로숲을 만들어야 하는데 계양구는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 내고 앙상한 소나무를 심으면서 오히려 도심바람길숲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양대로 일대 도심바람길숲 조성
백합나무·양버즘나무 339그루 베
예산 35억원 들여 새 소나무 식재
계양구는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작업을 중지하고 산림청·인천시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곳에 심어진 가로수가 오래됐고, 주변 생육환경이 좋지 않아 가로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계양구의 해명이다.
계양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에서 이 일대 가로수 중 15% 정도가 당장 고사할 위험이 크게 나타나는 등 전체의 50%가량이 인도나 차도로 쓰러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전에도 가로수 잎이 간판을 가린다거나 뿌리가 보도를 뚫고 나온다는 민원이 많아 소나무로 모두 교체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녹색연합 "되레 기능 망가뜨려"
일부 고사위기-행정 편의주의 발상
區, 비판목소리에 작업중지·협의
인천녹색연합은 일부 가로수가 고사 위험이 있고,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모든 가로수를 교체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5월 정책현안회의에서 인천 도심에 과도한 가지치기로 앙상하게 기둥만 남은 이른바 '닭발 가로수'가 늘고 있다는 경인일보 보도(2021년 5월28일자 3면 보도=박남춘 인천시장 "닭발가로수 개선안 마련하라")와 관련해 "가로수의 생육을 고려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었다.
인천녹색연합 최진우 정책위원장은 "고사 위험이 큰 가로수가 있으면 이를 다시 살아나게 할 방법부터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 기회에 모든 가로수 교체에 나선 것은 불합리한 결정으로, 도심바람길숲 조성사업도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