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선은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면서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혹평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런 선거일수록 선거 프레임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진다. 대장동과 고발사주 사건 등의 의혹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판단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인사들의 극단적 선택 등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잠복했다.
민감한 문제 끈질긴 쟁점화 득표 도움 안돼
정치사회 더 가르고 통합 저해하는 치명적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과 무속 프레임으로 승부를 보려한다.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과 위선과 반칙, 특권 프레임으로 맞선다. 정권심판론은 선거 전체를 관통하면서 진부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이 후보 부인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과 사전 선거운동 의혹 등이 선거 막판에 악재로 등장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치보복과 주술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의혹 호도와 국면전환 시도를 위해 정치보복 프레임을 반복 언급하고 주술 논란을 확대시키는 것은 하나의 선거전략이다. 네거티브 역시 광의의 선거전의 도구인 만큼 국민의힘이 이를 비판하고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정권심판론 등을 구사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진영 차원의 네거티브를 구사하는 것이 광의의 선거전략이라 해도 금도가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정치보복과 주술, 검찰공화국 등의 네거티브 전략을 더 많이 구사한다. 특히 정치보복 프레임은 이탈한 친문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지난 9일 윤석열 후보의 적폐청산 수사 관련 발언이 있었고,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한 이후 민주당은 친문 지지자 결집과 진영 내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한 조직적 캠페인에 나섰지만 과도한 선거전략이다.
'적폐수사' 발언 정치보복으로 규정 전략은
부동층 견인 한계… 민주당 '통합'과도 모순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경우 새로운 수사를 통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일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정치보복이라면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에 대한 수사, 이른바 적폐를 수사한 것은 왜 정치보복이 아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직선제 대통령들의 퇴임 후가 불행으로 끝난 경우가 다반사인 것을 정치보복의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비사회과학적이며, 정치공학에 머무는 접근이다. 애써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진영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올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가뜩이나 네거티브로 점철되어 있고 후보들과 가족 리스크까지 겹친 최악의 선거라는 혹평을 받는 선거에서 정치보복이라는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를 끈질기게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했다면 적대적 정권인들 없는 죄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증오와 혐오가 뒤범벅이 된 대선에서 확증편향과 진영논리가 난무하지만 상대를 적(敵)이 아닌 경쟁자로 인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대선 후 여야로 마주할 수 있다. 여타의 네거티브와 달리 정치보복 프레임은 정치사회를 더욱 가르고 통합을 저해하는 치명적 프레임이다.
적폐수사 발언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는 전략은 친문진영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도·부동층을 견인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게다가 정치보복 프레임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통합'과는 모순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