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이 끝났어도 계속 여운이 남는다. 발리예바를 둘러싼 도핑파문도 그러하고,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켜낸 치킨왕자 황대헌과 곽윤기 선수의 위트 그리고 이상화 위원과 고다이라 선수 간의 끈끈한 우정도 화제다. 이런 미담들마저 없었다면 반쪽 올림픽이 될 뻔했다. 메달 숫자와 순위 등 우리 선수단이 거둔 성적표는 그리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편파 판정·코로나19·도핑 파문·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여러 악재와 어려움을 뚫고 거둔 성과이기에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올림픽은 매번 정치적이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베이징 올림픽도 충분히 정치적이었다. 올림픽과 연계된 시진핑 주석의 3번째 연임 같은 정치이슈는 내정 문제이기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지만, 여기서 보여준 중화주의는 과연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가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남긴다.
중화주의는 뿌리가 매우 깊다. 중국 사대기서의 하나인 '삼국지'만 해도 중화주의가 뚜렷하다. 유비를 정통으로 내세우고 중원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조조를 깎아내리는 옹유반조(擁劉反曹) 또는 유비의 촉을 정통으로 보는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이 그러하고, '삼국지' 최고의 무장이었던 여포를 희화화하고 악인으로 그리는 것은 그가 한족(漢族) 출신이 아니라 변방 지역인 내몽골에 있는 구원(九原) 즉 바우터우 출신(일각에서는 위구르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이기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주자 즉 주희가 남긴 '자치통감 강목'에서 '촉'을 정통으로 보고 '위'와 '오'를 참국(僭國)으로 내세우는 관점도 그러한데, 그 이유는 금에 밀려 남쪽으로 쫓긴 남송의 처지가 마치 한나라 말기 상황과 같은 유비관계로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버리고 대국굴기를 내세우면서 자민족중심주의, 애국주의를 넘어 중화주의로 나가자 세계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BTS 계정에 악플을 달고,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편파판정을 한 것도 모자라 한국선수를 반칙왕으로 묘사한 영화를 만들어 유포하는 데서 말문이 막힌다. 자기가 자기를 높이는 것은 개그다. 존경과 권위는 이에 값할 때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중화주의가 세계의 부담이 되고 있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