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선거는 정치세력간 구도로 고정표를 모으고 후보가 부동표를 더해 득표를 완성한다. 그리고 전체 득표 100을 기준으로 본다면 구도로 득표하는 것이 약 70%, 후보 득표가 약 30% 정도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구도를 만드는 국민들의 정치성향 즉 보수 중도 진보가 약 3분의 1 비율로 황금률이라 할 수 있는 균형이 유지되어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또한 정당 지지율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내에 있다. 이러다 보니 득표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도 경쟁에서 백중이다.
그럼 후보 경쟁력은 어떠한가? 보통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 도덕성, 국정운영 등이지만 선거에서 정책이나 공약은 막판으로 갈수록 상호 수렴이 되어 변별력이 없어지고, 국정운영에서도 모두가 통합과 민주정치를 이야기하기에 역시 변별력이 없다. 결국 남는 것이 도덕성 검증이지만 현재 선두 두 후보를 보면 후보자와 배우자 관련 문제들이 데칼코마니와 같이 비슷하다. 그것도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후보검증이 막판까지 정책이나 국정비전보다는 도덕성 중심으로 네거티브공방이 이어지고, 그것조차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혼란스럽다.
安 철회로 판세 '백중' 두후보 필요성 더 커져
'윤석열과 安' 단일화는 반문에너지 이지만
'安-李'·'李-김동연'은 비문정서 에너지
이와 같이 결판이 나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거판을 기울게 만드는 마지막 변수가 단일화다. 단일화는 백중을 이루고 있는 이념성향과 정당 지지율의 그 밑에서 끓고 있는 유권자의 운동 에너지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여론조사에서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 여부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국민에게 물어보면 선거 초반보다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권 재창출보다는 정권교체 에너지가 더 크다. 그리고 정권교체 에너지가 막판까지 이렇게 큰 것은 문재인정부의 일방주의적 국정운영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기도 하다. 이는 달리 말하면 다음 정부에서는 협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고 단일화는 협치와 공동 정부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결국 단일화는 이러한 기대와 에너지를 모으는 마지막 퍼즐인 것이다.
이번 대선 막판인 지난 13일에 안철수 후보가 쏘아올린 안철수와 윤석열간 단일화는 1주일만에 안철수의 단일화 철회로 일단락되는 것 같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안철수의 단일화 철회로 판세가 백중이 되면, 두 후보간 단일화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문제는 안철수와 윤석열 간 단일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반(反)문 정권교체 에너지에 의한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윤석열과 안철수간의 단일화다. 그러나 일단 두 후보간 단일화가 결렬 모습을 보이자 안철수와 이재명간 단일화도 나온다. 역(逆)단일화다. 역단일화가 가능한 것은 이재명이 소위 친문 후보가 아닌 비문후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다. 군소 후보이기는 하지만 이재명과 김동연간의 소(小)단일화도 거론되고 있다. 김동연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비주류였다. 그런 의미에서 소단일화는 정권교체 에너지를 일부 잠식하는 비문연대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봐서 단일화는 정권교체론의 에너지에 기반하지만 윤석열과 안철수간 단일화는 반문에너지인 반면 안철수와 이재명, 이재명과 김동연 단일화는 비문 정서를 에너지로 하고 있다.
전망 쉽지않지만 분명한건 '막판 최대변수'
현재로서는 단일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이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단일화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라는 점뿐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혼란스러운 백중이다. 그러나 단일화를 선거이기에 이겨야 하는 후보들의 절실한 필요성에 의한 선거공학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협치와 공동정부에 대한 일부 국민의 정서가 더 큰 에너지이며, 그러기에 국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국민이나 지지자의 요구를 후보들이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선거에서 유권자를 이기는 후보는 없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