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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빈 술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당근마켓 캡처

인천에 사는 A(32)씨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을 취미로 삼고 있다. A씨가 주로 즐기는 술은 바로 위스키 등 수입 양주. 한때 중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술이지만, 요즘은 편의점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의 취미는 마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다 마신 빈 병을 깨끗하게 씻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린다. 빈 병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거래 시장에 빈 술병이 매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다 마신 빈 병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양주병과 마개 등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며 "비싸게는 6만~7만원대까지도 팔린다. 나름대로 재활용도 되고, 병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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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구할 수 없는 양주의 빈 병은 20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중고나라 판매 글 캡처

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빈 술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당근마켓에 '양주병', '위스키 공병', '빈 병' 등을 검색하면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은 실제 양주 판매가에 비례해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품 케이스 여부와 청결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발렌타인이나 로얄샬루트 등 빈 병·케이스의 가격은 대개 천원 단위에서 비싸게는 6만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한정판으로 출시됐거나 단종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주류는 20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거래되는 빈 병은 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된다. 중고시장에서 공병을 구매한 후 집 책장·선반 등에 두거나, 병 안에 전구를 넣어 이른바 '무드등'으로도 재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SNS 해시태그에 '와인병조명'·'양주병조명'을 검색하면 1천개가 넘는 게시글이 나온다. 최근에는 빈 양주병을 아예 전등으로 만들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완성 시켜 파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