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7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게 됐다. 대한항공이 여객과 화물 운송 외에 실질적인 글로벌 항공사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항공 MRO(정비·수리·분해조립)산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운송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MRO 부문은 상대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국내 항공사 대부분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기 정비를 해외에 맡겨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사(LCC) 또한 최소한의 정비 역량만 갖추고 있어,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 MRO 시장에 쏟아붓는 돈만 연간 1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MRO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운수권을 배정할 때 국내 MRO 산업 기여도 등을 고려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해외 MRO 시장 年 1조4천억 쏟아
정부, 운수권때 국내산업 기여 고려
"타사 정비물량 소화·독립 법인화"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토대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8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국내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한항공에 투입됐다. 대한항공이 단순히 자사 경쟁력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전체의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국내 항공기의 70%를 소유하게 된다. 이 같은 규모의 대한항공이 외면하면 정부의 'MRO산업 활성화' 노력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존 자사 정비 중심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의 경우 MRO 부문을 떼어내 독립 법인인 루프트한자 테크닉을 설립했고 이 회사는 현재 글로벌 MRO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MRO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항공 정비사업의 체계적 육성과 이를 위한 독립적인 항공 정비, 조종사 교육·훈련 전문기업의 출범이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통합 항공사에 독점적 이윤만 안겨줄 수 있는 현재의 구조가 유지되는 성급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도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MRO산업 육성을 위해선 대한항공의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소 규모 항공사는 항공기 정비 등의 분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산업 성장을 위해 국내 다른 항공사의 정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비 부문에 대한 투자와 함께 독립 법인화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건부 승인 방침은 대한항공이 다른 항공사들과 상생하며 가라는 정부의 뜻이고 이는 MRO산업에 있어 특히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뉴스분석] 세계 7위 비상 '통합 대한항공' 과제는)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