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씨
28일 오후 수원의 한 카페에서 박요한씨를 만났다. 박씨는 수원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2022.2.28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더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합니다."

박요한(46)씨는 수원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한편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있으면서 이를 주도한 바 있다. 박씨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2019년 소녀상 설치를 처음 제안했고 모금 활동을 벌이는 등 '소녀상 설치'를 위한 최일선에 섰다.

평범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였던 박씨가 소녀상 건립에 나선 이유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아파트내 휴게시설에 모금함 마련
동대표 중심 중고거래장 수익 기부


소녀상 건립을 결심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파트 내 휴게시설에 소녀상 모형과 함께 자그마한 모금함을 마련한 것이다. 휴게시설을 이용하던 입주민들은 남녀노소 모금에 동참했다. 아파트 동대표를 중심으로 입주민들은 단지 내 중고 거래장을 열어 얻은 수익을 기부하기도 했다.

소녀상은 1년여 만에 제작까지 마무리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억의 방 개관이 지연돼 최근에야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기억의 방에는 안점순 할머니의 생애를 기억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박씨는 기억의 방이 위치한 수원 가족여성회관 화단에 처음으로 '용담꽃'을 심기도 했다. 용담은 안점순 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꽃이다. "아들이랑 직접 용담 꽃을 사 가서 심었어요. 안점순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아들과 직접 '용담꽃' 사서 심기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오래 기억"


이외에도 박씨의 선행은 이미 수년간 계속돼왔다. 그는 민선 5·6·7기 수원시 복지부문 감사패, 택배기사 간식함 마련에 따른 CJ대한통운 감사패 등을 받았다.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배우자에게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박씨는 부당함에 맞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박씨는 "현재는 입주자대표에서 물러났다"면서도 "앞으로도 역사 왜곡 등 부당함에 맞서는 소리 없는 움직임, 이웃을 돕기 위한 선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