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시엠립주엔 '수원마을'이 있다. '수원'을 새긴 간판이 걸린 초·중·고등학교에서 캄보디아 학생들이 공부하고, 수원특례시의 지원으로 지어진 화장실·공동우물·마을회관·도로·다리 등과 함께 주민들이 일상을 살아간다.
사실 이곳은 캄보디아 시엠립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었던 프놈끄라옴 마을이다. 캄보디아와 자매도시를 맺은 수원특례시가 지난 2007년 6월 이곳 주민들을 돕고자 프놈끄라옴을 '수원마을'로 지정했다.
그해 12월 '수원마을 지정 선포식' 이후 단계별 지원사업을 전개하며 주민들이 자립할 기반을 만들었다. 황무지였던 마을에 하나둘 기반 시설이 들어섰고 15년이 지난 지금 프놈끄라옴 수원마을은 시엠립주에서 가장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
수원특례시가 지난 15년간 진행한 프놈끄라옴 수원마을 지원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빠짐없이 기록한 백서 '캄보디아 수원마을, 같이 걸을까'가 출간됐다. 이를 통해 그동안 이어진 수원특례시와 프놈끄라옴의 인연을 들여다본다.
■ 2004년 시작된 '수원특례시-프놈끄라옴' 인연
수원특례시는 캄보디아 시엠립주와 지난 2004년 국제자매도시결연을 맺었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앙코트 와트가 있는 지역임에도 시엠립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던 프놈끄라옴 마을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07년 1월 수원시는 '수원마을 조성 계획'을 세웠고 이는 수원시가 시엠립주에 대한 ODA(공적개발지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ODA는 중앙·지방 정부, 공공기관, 원조 집행기관 등이 개발도상국 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해 12월 수원마을 선포식 후 '수원'은 프놈끄라옴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마을 입구에 '수원마을'이라는 한글 표지판이 걸렸고 수원시 지원으로 건립한 모든 건물 앞에는 캄보디아어와 한글이 함께 적힌 표지판이 세워졌다.
수원마을 지원사업은 단계별로 진행됐다. 2007년 학교와 공동 화장실, 우물, 마을회관, 도로, 다리 등 마을 기반 시설 건립을 지원한 1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2008년 11월엔 수원 초·중학교를 건립했다.
수원시와 자매도시 '시엠립주'의 한 지역
市 지원으로 마을회관·도로·다리 등 지어
학생들은 '수원' 간판 걸린 학교에서 공부
2012년 11월 수원시와 시엠립주는 2단계 지원사업 추진을 합의했다. 2단계 사업 기간(2013~2015)에는 기반시설 조성에서 한 걸음 나아가 주민들의 자립 기반을 만들었다.
'마을개발운영위원회(2013년 5월)'가 발족했고 주민의식 향상 교육·소득증대교육 등 주민역량강화사업이 진행됐으며 취약계층 주민 일자리를 위한 '수원마을공동작업장'도 건립됐다.
■ '수원중·고등학교'로 열린 프놈끄라옴의 미래
이후 2015년 11월 '비전 선포식'으로 시작된 3단계 지원사업의 실천목표는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인재 육성'이었다. 수원중·고등학교 건립은 3단계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을 교육해 마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국제개발 비정부기구 '로터스월드'와 국제봉사단체 '행복한 캄보디아 만들기 후원회'(행복캄)와 협약을 체결해 2016년 11월 '수원중·고등학교'가 건립됐다.
전체 면적 1천243㎡에 교무실을 포함한 12개의 교실, 컴퓨터실, 다목적실, 도서실 등을 갖췄다. 수원중·고등학교는 2019년 11월 첫 졸업생 12명을 배출했다. 2020년 19명, 2021년 31명이 졸업했다.
2017년에는 수원마을 공동자립장 안에 '기초 진료소'를 개소했다. 지난해까지 연인원 6천860명이 진료를 받았다.
2018년 11월부터 3년 동안 진행한 4단계 지원사업의 방향은 '주민의 자립역량 강화', '소득증대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자립기반 구축'이었다. 2020년 양봉(養蜂) 시범 가구 사업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버섯재배·새우양식 시범가구를 운영하며 생산물 판로개척에 힘쓰고 있다.
■ "살기 좋아진 마을, 고마워요 수원시"
수원마을 조성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수원시는 '주민들의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0여 년이 흘러 4단계 사업이 시작되자 주민들의 자립 의지는 눈에 띄게 강해졌다.
2020년 9월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모아 자발적으로 도로 포장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비가 부족했던 문제가 있었지만 수원시 지원으로 채워지는 등 마침내 비포장 구간 1천850m는 2021년 1월 수원마을 도로로 재탄생했다. 주민들은 이 도로 이름을 '프놈끄라옴-수원 우정의 길'로 정하기도 했다.
황무지 같던 곳,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
15년간 다져온 우정, 市 백서에도 담아내
이에 프놈끄라옴 마을 이장 반 쁘렉(53·Van Prek)씨는 "우리 마을은 수원시의 도움으로 점점 깨끗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을 대표해 감사드리며, 이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고 수원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렇게 수원시와 프놈끄라옴 마을과 지난 15년 동안 이어 온 인연이 이번에 수원특례시가 출간한 백서 '캄보디아 수원마을, 같이 걸을까'에 담겼다.
한글·영문으로 제작한 백서는 ▲좀립쑤어(안녕), 캄보디아!(추진 배경) ▲한 걸음의 변화, 한 걸음의 가능성(1단계 사업) ▲함께 걸어 좋은 길, 마을 주민들과의 동행(2단계 사업)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발걸음(3단계 사업) ▲함께 잇는 '우정의 길'(4단계 사업) ▲계속 걷고 싶은 곳,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며(향후 계획) 등 6장으로 구성됐다.
'캄보디아 수원마을, 같이 걸을까'는 수원특례시 공공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 전자책으로 만들어 수원시국제교류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시될 예정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