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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드디어 3월이다. 2년 이상 코로나19로 탈진한 탓에 올봄이 더욱 간절했다. 한국은 여전히 팬데믹 터널에 갇혀 있지만 북반구 곳곳에선 일상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억눌렸던 소비가 급증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를 '보복소비'라 하는데 극심한 불황에도 포기를 않고 견딘 국내 외식업계의 절치부심도 주목된다. 높은 공실률로 불안해하던 '조물주 위의 건물주'들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보복소비의 가장 큰 수혜업종은 여행과 항공업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에 세계 여행수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폭발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재택근무 연장 여부가 단연 주목거리이다. 미국의 페이스북, 트위터, 소피파이 등 기술기업들에는 재택근무가 기본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마존은 올해 1월부터 사무실 근무를 재개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부서별로 재량권을 부여했다. 구글, 애플, 포드자동차 등도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무실 복귀를 무기한 연기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미국의 주요 상장기업 61곳을 조사한 결과 69%가 재택근무를 계속한다고 답했다. 일본 야후재팬은 4월부터 직원 8천명이 일본 내 원하는 지역에 살면서 필요할 때만 출근하도록 했다. 


직원 당 필요한 사무공간 20% 줄일 수 있고
출퇴근 시간·에너지 아껴 업무효율 극대화


국내 주요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팬데믹 이후 직원의 30∼50% 정도만 사무실 근무를 하는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해온 대기업들이 점차 재택비율을 늘리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작년 말 재택근무제를 공식 제도화한 데 이어 LG전자와 SK텔레콤은 직원들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도록 했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7월 자율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 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43.6%가 "코로나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것 같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가 될 개연성이 크나 기업들의 고민도 깊다.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면 관리감독이 어려운 데다 사내 보안문제 발생우려는 물론 유기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다. 의사소통과 협업이 부족해지면 창의성 발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신입직원 교육은 더 큰 일이다. 한편 인력난이 심한 업종일수록 인재확보가 어려운 것도 걱정이다. 출퇴근 지옥을 경험해본 직원들일수록 재택근무를 선호한다.

유기적 의사소통이나 신입사원 교육 문제는 메타버스로 해결이 가능하다.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동일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5G 상용화와 함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에 바탕을 둔 것으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되면서 점차 주목되고 있다.

도시외곽 적은 비용으로 넓은 집 쾌적한 삶
기업경쟁력 제고·주거비 안정 대안 될 수도


기업에게 더 큰 매력은 사무실 비용의 절약이다.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인 도심에 대규모 인력을 유지하려면 임대료, 에너지비, 관리비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모건스탠리는 재택근무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직원당 필요 사무공간 면적을 20% 줄일 수 있다고 확인했다. 재택근무의 업무효율 제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직장인은 출퇴근하며 소진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상당한데 이것만 아껴도 업무효율을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야후재팬은 "2020년부터 재택근무를 시험해본 결과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한 재택근무의 경우 전국 혹은 해외에서도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청년세대의 코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기혼여성 근로자들의 육아부담이 크게 줄며 노인 노동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재택 활성화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집중 해소에 긍정적이다. 출근도 안 하는데 굳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직장 근처에 거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도시 외곽으로 거처를 옮기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넓은 집에서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재택근무가 기업경쟁력 제고와 주거비 안정의 대안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