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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내가 고작 이런 나라 국민하려고 태어났나 자괴감이 들어'. 2016년 끄트머리에서 2017년 초까지 추웠던 겨울, 교복 입은 학생들은 푯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상경해 시위를 벌였고, 그 버스비를 국민들이 모아 지불했고, 유모차를 끌고 시위대에 합류하며 지지했다. 그 토대 위에 세운 권력이 끝나가는 시점에 키워드가 '정권교체, 정권심판론'이라는 사실은 뼈아프다.

왜 정권교체, 심판론인가를 고민해봤다. 촛불의 열망이 컸던 만큼 반촛불의 반격이 5년 내내 이어졌다. 정당으로 틀을 잡았으나 촛불정부가 탄핵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할 만큼 촛불과 반촛불의 갈등은 국민들을 지치게 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도 촛불과 반촛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모습이 답답했을 것이다. 특히 조국 전 장관으로 투영되듯 촛불 권력을 위임받은 세력은 촛불 민심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너무도 기득권이었다. 흔히 말하는 586세대의 한계. 민주주의를 외쳐왔지만 뼛속 깊이 들여다보면 아집으로 뭉쳐있고, 자신들이 살아왔던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담고 있는 '그들'밖에는 권력을 위임받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우리 정치의 한계다. 그러므로 반촛불의 정권교체는 5년을 기다려온 것이었고, 촛불의 정권심판론은 촛불이 뜨거웠던 만큼 더 차갑게 민주당을 향하는 것이 마땅하다. 촛불정권 2기를 세워야하는 국민들로서는 거대 양당 모두 촛불 정신을 이을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번 대선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3·1절 103주년에 종교사회 원로들이 요구한 '연합정부 구성'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촛불 의지는 매번 좌절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세웠다고 말하지만 민주당의 정체는 이미 드러났으므로 선거를 앞둔 그들의 말에 기댈 것은 아니다. 정치개혁에 국민적 열망을 모으고 이를 위한 시민세력 규합이 진행돼야 한다. 이번 대선은 또다시 촛불을 소환하고 있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