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또 한 번 낭보를 전해왔다. 지난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바커행어에서 열린 28회 미국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이 모두 3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그리고 작품에 주어지는 상인 스턴트 앙상블상을 수상한 것이다. 한류문화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한 세기 전만 해도 개화파 인사들이 개화를 외치며 갑신정변(1884)을 일으켰고, 불과 40여 년 전인 박정희 시대에도 슬로건이 '조국 근대화'일 만큼 우리는 근대화와 서양 따라잡기에 골몰해 있었다. 개화와 근대화를 갈망했던 개화파(開化派)와 달리 재야의 개벽파(開闢派) 지도자들은 오히려 한국이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을 맞이하여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며 실의에 빠진 민중과 백성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탄허 스님(1913~1983)은 이미 50년 전에 한국과 한국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예언했고, 일제가 극성을 부리던 1944년 정산 송규 종사(1900~1961)도 한시 한 구절로 우리의 국운을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계산에 안개 개면 울창하고 높을 지요/경수에 바람 자도 잔물결은 절로 있다/봄철 지나 꽃다운 것 다 시든다 말을 마라/따로이 저 중류에서 연밥 따는 철이 있다(稽山罷霧鬱嵯峨/鏡水無風也自波/莫言春度芳菲盡/別有中流採 荷)."
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앞서 민족종교의 창시자들인 수운 최제우(1824~1864), 증산 강일순(1871~1909),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등은 가장 엄혹한 시기에 '개벽'을 외치며 실의와 도탄에 빠진 민초들에게 국운이 상승하고 문명세계가 열릴 것이라 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SAG 수상에서 그치지 말고 한국과 한국문화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자 세계평화의 전파자가 되면 더 좋겠다. 고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일류인데 정치는 사류라 한탄했다고 하는데, 정치가 경제와 문화를 방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요즘 국민들은 정치뉴스나 선거운동보다 손흥민과 한류문화에서 위안을 얻는다.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고, '오징어게임'처럼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을 기쁘게 하면 좋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