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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한 러시아 순양함 바라크호 깃발. 바라크호는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경인일보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사회 비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한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호'의 깃발에도 시선이 쏠린다.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바랴크호는 일본에는 승전의 역사, 러시아에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상징하지만, 우리에겐 제국주의 열강이 한반도 제해권 장악을 위해 남의 땅에서 벌인 전투라는 아픈 역사로 다가온다.

1904년 2월 제물포해전에서 일본 군함에 패한 바랴크호는 항복하지 않고 다른 러시아 군함, 상선과 함께 스스로 침몰했다. 일본은 인천 앞바다에서 가로 2.5m, 세로 2m 크기의 바랴크호 깃발을 건져 자유공원 인천향토관 전시실에 걸고 승전을 기념했다. 이 깃발은 해방 이후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2000년대 중반 바랴크호 깃발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인천시립박물관에 임대를 요청했다.

시립박물관은 2010년부터 2년 동안 러시아 중앙해군박물관에 깃발을 빌려줬고, 러시아가 임대 기간 연장을 원해 2년 더 빌려줬다. 깃발을 빌린 러시아는 중앙해군박물관 전시뿐 아니라 해군 관련 도시에서도 순회 전시를 진행했다. 바랴크호 깃발이 러시아 해군의 전쟁 영웅을 상징한 것이다.

2014년 인천으로 돌아온 바랴크호 깃발은 현재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에 있다. 시립박물관은 깃발의 복제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인천시는 러시아와 교류사업을 추진하는 데 바랴크호 깃발을 활용했다. 인천시는 2010년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우호 도시로 결연하고, 이듬해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을 조성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3년 11월13일 연안부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을 찾아 제물포해전 러시아 추모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2019년 7월 해군기지 도시 크론시타트에 인천광장을 조성했다.

인천시의 연안부두 광장 조성에 대한 답례 차원으로, 러시아 측은 인천공원 추가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와 러시아 간 후속 교류사업은 계획돼 있지 않다. 인천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러시아 측과의 교류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2면(러시아, 우크라이나 제2도시 '민간지역 무차별 포격' 새국면)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