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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 /경인일보 DB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10대 공약에 넣은 장애인 정책은 10년 전 대선 공약과 다를 게 없다. 후보들이 제시한 장애인 연금 확대는 지난 대선과 비교했을 때 지급 액수와 기준만 조금 바뀌고,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는 지난 대선 공약인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이행을 약속하는 단골(?) 공약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여·야 4당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보면 장애인에 대해 연금 수급액 인상과 기준 완화,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확대 등을 대표 공약으로 공언했다.

소득과 돌봄 보장 같은 선심성 공약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미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과 2018년 19대 대선에서 동일하게 제시된 공약들이다.

공약이 반복되는 이유는 10년 전부터 약속한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정치권이 외면한 것도 또 다른 이유라는 지적이다.

 

지켜지지 않는 장애인 공약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장애인연금을 중증장애인 소득 하위 63%에서 모두에게 지급, 9만원인 기초급여액을 20만원으로 인상, 활동지원서비스는 24시간 확대를 공약했다.

그러나 임기 첫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에 대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며 대부분의 주요공약을 파기하고, 임기 말이 돼서야 '20만원' 연금액 인상만 지켰다.  

 


4당, 연금 '수급액 인상·기준 완화'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확대' 공언
18·19대 동일… 정치권 등한시 탓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액을 30만원으로, 부가급여액은 8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라는 18대와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127시간으로 한 달 기준 20시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금에 대해서는 기초급여액 30만원 인상은 지켜진 반면 부가급여액 인상은 없었다.

지지율 도움되는 공약만
이번 대선도 예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찬반이 갈리고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판박이 공약만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개선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장애인들은 기업·단체 등에 차별을 당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정권고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차별 적법성을 판단하는 데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고 소액의 벌금에 그치는 등 권익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차별금지법 개선' 등 난제는 회피
경기도 저상버스 확대 요구도 뒷짐
지지율 도움 선심성 공약 주 이뤄

 


경기도 14.1%·전국 27.8 %에 그치는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 확대같은 장애인 이동권 확대도 오래된 요구다. 하지만 운송원가가 일반버스보다 20% 이상 높아 버스업체의 손실 부담이 커 임기 내 해결이 어렵다 보니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공약에는 없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도 후 순위에 있는 상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강 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이고 소위 비호감 대선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논쟁이 될 만한 공약은 피하고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공약으로만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