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 집안에서 성장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서울 사람치고는 꽤 '정 많은 터프가이'다.
선대는 충청도에서 터를 잡고 살았지만, 본인은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릴 때 나비넥타이를 매고 유치원에 다닐 정도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덕분에 구김 없이 성장할 수 있었고, 학창시절 야구를 좋아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았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다 보니 사법고시(연수원 23기) 9수라는 딱지가 붙어 그의 '인생 캐릭터'가 됐다.
'나비넥타이 유치원' 집안은 유복
사람·술 좋아하는 '호탕한 성격'
꼼꼼한 수사로 '특수통 검사' 정평
조국 사태, 정치로 불러 '삶 반전'
고시원 생활 때는 오지랖(?)이 넓어 나이 어린 후배들을 몰고 다니며 연극구경도 자주 하고 사회에 먼저 나온 선배로서 삶에 대한 고뇌와 철학적 가치를 설파하는 자상한 형이었고, 오빠였다.
당시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친구 동생 선·후배들의 관혼상제는 다 챙겨주는 '맏형'이었다. 오죽했으면 '석열이 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큰 체구에 호탕한 성격, 정의로운 성정은 검사가 되면서 '특수통 검사'로 발을 묶어 놓았다. 덩치에 안 맞게 수사할 때는 꼼꼼한 성미(性味)를 보였고, 그래서 기소를 많이 하는 검사로 악명이 높다. 그가 복지제도는 촘촘하게, 혜택은 두툼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인용하는 데, 수사도 꽤 촘촘하게 한 모양이다. 바비큐를 먹을 때도 얇은 슬라이스보다 두툼한 통 살을 씹으며 육질을 음미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식탐이 많은 '미식가'이다. 개인기는 별로 없으나 사람들과 퍼져 앉아 술 마시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작심하고 마실 때는 남보다 빠르게 많이 먹는 '두주불사형'이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낭만파이지만 노래는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잘 못하는 성격이다.
불의와 권력에 맞서왔지만, 약자와 억울한 사람에 대해서는 '인간애'를 보이는 순수파다.
그의 인생에 '반전'을 맞은 것은 정치였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우리가 정치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조국사태가 남편을 불러낸 것"이라는 전화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미래를 만드는 대통령'은 그의 대선 슬로건이다.
권력과 싸우면서 얻은 정치 '내공'은 청와대 기능 폐지부터 시작했다.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기능을 바꾸지 않고는 정치교체는 요원한 것으로 본듯하다. 유세장에서 매번 "부패 카르텔을 깨겠다"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대한민국 대개조의 몸부림이다.
단점이 있다면 순탄한 자신의 삶에 반해 서민 이하 계층과 좀 괴리 있는 인생을 살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변에선 노동과 인권 등 세심히 보살펴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일탈하지 않고 살아온 점, 사람과 소통을 잘하면서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성정이 국가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