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식 다시 읽기┃서경식외 18명 지음. 연립서가 펴냄. 336쪽. 1만8천원
책은 서경식 교수의 도쿄경제대학교 정년 퇴임을 계기로 기획됐다. 윤석남, 김연수, 조해진, 정연두, 서동진, 권성우, 한승동, 박혜진, 이종찬, 권영민, 양창섭, 최재혁, 하마무, 유유자, 리행리, 박태근, 김희진, 아내 후나하시 유코와 서경식의 글 19편이 담겼다. 예술가, 번역가, 연구자, 평론가, 기자, 출판인 등 다양하다.
김연수·조해진·정연두 등 참여 19편 담겨
1세대 페미니스트 윤석남 첫 男 초상화 표지
출판사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에세이스트로서, 때로는 전투적 논객으로서 문학과 예술, 정치와 사회를 넘나들었던 그의 사유를 다시 읽고 음미하고자'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 책이 이제 더 자유로운 지평에서 글로써 싸워갈 '서경식 선생'에게 전하는 연대와 우정의 기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서경식은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그는 1992년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의 번역 출간으로 국내 독자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다.
서경식의 두 형은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 그는 형들의 구명운동과 한국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는데, '나의 서양미술 순례'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광주항쟁과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시기를 거치며 쓴 첫 저서다.
그를 이탈리아계 유태인 지식인 프리모 레비(1919~1987)를 한국 독자에게 알린 작가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1998년 첫 만남 이후 서경식과 오랜 우정을 이어온 페미니스트 1세대 화가 윤석남이 처음으로 그린 남성 초상화가 표지에 쓰였고, 서경식의 저술에 그동안 파트너, 혹은 'F'로 등장한 아내 후나하시 유코의 글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된다는 점도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서경식은 이 책에 수록된 '길 위에서, 응답과 감사를 담아'라는 글에서 "내 인생을 통해 한국의, 그리고 전 세계의 '작은 사람들'의 편에 최후까지 서 있고 싶다. 인생이 끝나기까지, 아니 끝난 후에도, 나 또한 '기나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라고 썼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