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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투하된 핵폭탄은 지면(地面)과 충돌하면서 기폭제가 터지고 2차로 폭약이 대기와 만나 충격파, 고온, 대기흡수현상을 유발한다. 순식간에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살상 효과를 낸다. 80여 년 전, 인류는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극한의 공포를 체험했다.
핵무기 외에도 국제사회가 사용을 금하는 대량살상무기들이 있다. ‘진공폭탄’도 그중 하나다. 방사선이나 낙진 피해만 없을 뿐, 핵폭탄과 맞먹는 파괴 효과를 지녔다. 현존하는 살상무기 가운데 핵을 제외하고는 위력이 가장 세다는데 별 이견이 없다. 제네바 협약을 통해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거주지역에 진공폭탄을 썼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의 주장을 인용한 기사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러시아가 주거지역을 겨냥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파멸적 가해는 거대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진공폭탄을 사용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고, 미국 정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러시아가 민간에 집속탄을 쐈다는 증언도 있다. 유산탄이 포함된 집속탄은 탱크에 구멍을 내고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하거나 비행기 이착륙장, 다중집합장소 등 비무장 목표물에 참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베트남 전쟁과 캄보디아 내전에서 생화학 무기와 결합해 악명을 떨쳤다. 코소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등 분쟁지역에 빠지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사용금지를 추진했으나 강대국들의 반대에 막혔다.
전쟁이라도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을 살상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 진공폭탄을 사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법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는 학교와 병원에 진공폭탄을 쏘는 행위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차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각국 독재자와 추종세력을 단호하게 응징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을 쓸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군은 핵무기 기지 경계를 강화했다. 총력 저항에 막혀 속전속결이 여의치 않자 핵 카드를 꺼내려 한다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중대 전쟁범죄 행위다.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일방 침공한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하는 다급한 처지가 됐다. 23년간 왕좌를 지켜온 ‘차르’ 푸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