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젠더 문제는 화약고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지만, 워낙 폭발력이 강해 섣불리 건드렸다간 갈등만 더 조장하는 꼴이 될 수 있다. 특히 MZ세대로 통칭되는 청년세대에게 젠더 갈등은 뿌리가 깊다. 게다가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젠더가 뒤섞이며 '난제'가 돼가는 모양새다.
젠더 갈등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의 젠더 갈등은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 그간 여성 중심의 성차별 문제가 젠더 이슈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여성과 남성 모두 스스로를 성차별의 피해자로 주장하면서 남성혐오와 여성혐오라는 극단적 대치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여성할당제'와 '성별임금격차'가 충돌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취업, 승진 등에 여성 비율을 할당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남성과 동일한 노동에 대해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적게 책정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성의 입장이 서로를 공격하는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李, 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 등 공약
尹, 범죄피해자 보호 전담기관 신설
沈, 비동의강간죄·임금격차해소법
언뜻 봐도 다른 주제지만 이 문제들이 한데 뭉쳐 갈등을 겪는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청년들이 겪는 극심한 취업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며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소외감과 함께 경제적 고립까지 심화되며 그 원인의 화살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정치권의 태도다. 특히 이번 대선 정국은 초반부터 젠더갈등이 이슈로 부각 됐지만 현실성 있는 공약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SNS를 통해 내 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의 경우 여성가족부 존폐를 두고 입장이 나뉘며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됐다.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대선후보들의 젠더 공약을 잘 살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과 함께 디지털성범죄전담수사대 및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 및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을 내세웠다.
윤 후보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통합 전담기관 신설, 성범죄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심상정 후보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스토킹피해자보호법,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등이 주요 젠더 공약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