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9살로 볼 수 없는 왜소한 체구에 오후 느즈막 집에서 나와 흰 강아지를 지켜보던 아이. 지난 2일 수원시 조원동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A(9)군에 대한 이웃의 기억이다.
발달장애가 있었던 A군은 유모차를 타고 외출을 했다고 한다. 유모차 속 A군을 지켜본 이웃들은 아이가 9살이나 됐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A군이 살았던 동네는 조원시장과 인접한 주택가다.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골목 끝에 A군이 어머니 B(41)씨와 거주했던 반지하 주택이 있다. 골목을 나오면 바로 미용실이 보이는데, A군은 미용실에서 기르는 하얀색 강아지를 지켜보곤 했다.
4일 찾은 미용실에서 투명한 유리문 아래로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짝 문을 열어 봤지만 강아지는 바깥으로 나오지 않은 채 조용히 눈만 굴렸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이웃은 "기억을 되짚어보니 A군이 몇 번 문 앞에서 강아지를 봤던 기억이 있다. 오전에는 나오지 않았고 오후에 엄마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타고 지나가곤 했다. 들어오진 못하고 문 밖에서 귀여운 듯, 신기한 듯 강아지를 지켜봤다. 체구가 작아서 한 세살이나 네살쯤 된다고 생각했지 그 아이가 9살이나 됐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군은 지난 2일 자택에서 어머니에 의해 숨졌다. 사건 당일은 A군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날이었다. 자택과 아이 걸음으로 불과 2~3분 내외 밖에 걸리지 않는 초등학교에 A군은 제대로 등교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어머니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재흥·이자현 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