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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찾은 A씨의 화원. 2022.3.4/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비쩍 마른 사람이 그 더운데도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하더라니까. 아픈데 저러면 안되는데 싶었지."

갑상선 암 말기 환자였던 A씨는 지난 2일 발달장애 딸을 숨지게 했다. 원인은 생활고. 어떻게든 딸과 살아내려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지난 해 5월부터 인천에서 40평 남짓의 작은 화원을 운영했지만 장사는 잘 되지 않았고 건강은 악화 돼 가게 문을 닫는 날이 늘어만 갔다.

4일 찾은 A씨의 화원 문고리에는 2월 전기요금통지서가 둥글게 말린 채 꽂혀 있었다. 주인의 부재를 보여주듯 화원 안의 식물들은 생기를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주변 이웃들은 그를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인근 화원 주인 B씨는 "암이 있으면 그렇게 일하면 안 되는데 그 더운 여름에도 하루 종일 움직였다. 그렇게 말라서 혼자 저걸 다 설치하고 일 해서 지독하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사는 잘 되지 않았다. 또 다른 화원 주인 C씨는 "저분이 처음 가게를 차린다고 했을 때, 요즘 누가 화원을 하냐고 얘기했다. 나만 해도 코로나 전에는 6천500만원을 벌다가 작년은 2천200만원으로 줄었다"며 "그 사람은 최악일 때 들어온 거다. 저 정도 가게면 적어도 5천 이상이 들었을 거고, 온도조절도 중요해 관리비가 더 많이 든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건강까지 악화 돼 올해는 가게를 여는 날이 드물었다고 한다. C씨는 "작년 12월부터는 문이 거의 안 열려 있었다"며 "2월 10일에 왜 안 나오냐고 전화했는데, 많이 아파서 못 나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화원을 운영하며 수입을 내지 못해, 모녀는 딸이 장애 기관에서 벌어오는 한 달 수입 90만원으로 생활해왔다.

같은 날 찾은 A씨의 집은 이사가 한창이었다. 집 내부에는 쓰레기봉투, 짐들이 널려 있었고 이삿짐센터 직원과 가족이 함께 냉장고 등 가전 기구를 밖으로 날랐다. 노모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인근 가게 주인은 "A씨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며 "딸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해놓을 정도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A씨는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3일 경찰에 자수했다.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 그가 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