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발적이고 과도한 공약 남발 보다
국민 위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 실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능한 왕을 풍자한 프랑스 그림책을 생각하게 된다. '배꼽 빠진 황제(글·질 바움, 그림·세바스티앙 슈브레, 바람숲아이 옮김, 봄개울)'는 제목만 보면 '아, 황제가 너무 많이 웃어서 배꼽이 빠졌나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힘이 센 나라의 황제는 작은 나라의 왕들에게 매주 선물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작은 나라의 왕이 다리가 셋 달린 신기한 선물을 가져왔다. 이 신기한 상자는 바로 '사진기'였다. 사진 찍는 재미에 빠진 황제는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자신의 모든 일상을 촬영했다. 오로지 사진 찍는 일 외에는 국정을 돌보는 일, 국민의 안위, 주변국들의 변화 등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고 국민들이 빈곤과 어려움으로 아우성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궁전으로 몰려올 때도 사진을 퍼즐로 맞춰 만드는 대형 초상화를 위해 마지막 한조각 배꼽 사진을 찍고 있었다. 결국 국민들에 의해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황제의 대형 초상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황제에 대해 남아 있는 유일한 사진은 도망갈 때 찍힌 엉덩이 사진뿐이었다.
이 그림책 속 황제는 당장 눈앞의 재미에만 빠져 정작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잊은 채 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에게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안위와 쾌락을 위해 누렸다. 왕 한 사람의 영향은 나라 전체에 미치고 국민들의 삶은 구석구석에까지 가서 닿는다. 나라의 수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 과정 또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배꼽 빠진 황제'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대통령은 한 나라의 리더로서, 국민의 삶에 희망과 의미를 심어주기위해 깊게 고민하고 그 대안을 부단히 찾아야 한다. 그래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들의 존엄성과 평등을 누리며 풍요롭고 보람 있는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혼돈의 시대인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니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면 정치는 잘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맡은 바 자리에 맞게 각자 할 도리를 잘 하면 된다.
불평등 해소·병든 지구 살려낼 사람
누구인지 냉철히 판단후 선택해야
또한 책 읽는 대통령 모습 보고 싶다
한 국가의 일원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을 대표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서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네거티브 속에 대선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고, 단발적이고 과도한 공약들이 남발하는 속에서 우리는 잘 가려내야 한다. 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사람인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고용안정과 불평등 해소에 힘을 쏟을 것인지, 기후위기 등 급속하게 병들어가는 지구를 지켜나갈지…. 냉철한 시각으로 살펴보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14명의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은 한 나라의 리더로서의 그 책무(責務)를 성실하게 임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덤으로 그러기위해 노력하는 책을 읽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