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프면 집에서 쉬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급속히 확산했다. 코로나 유사 증세가 나타나면 출근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데도, 쉬었다가 생계가 막막해질 것을 걱정한 노동자들의 출근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문제점이 지적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근로자들이 아플 경우 쉬면서 치료에 집중하도록 소득을 일부 보전해주는 '상병수당(傷病手當)'을 오는 2025년부터 본격 추진하려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오는 7월부터 3년간 3단계에 걸쳐 6개 지자체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 또는 부상으로 근로자가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울 때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감염병 확산방지와 질병·부상으로 인한 빈곤예방, 근로자 건강증진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독일에서는 100년도 더 전인 1883년 상병수당 제도가 사회보험 급여로 처음 도입됐고,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보험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일부 주에선 도입)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한다.
근로자 아플때 소득 일부 보전
복지부, 2025년부터 추진
시범지역 선정 공모중
우리나라는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상병수당 지급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 했지만 아직 도입되지 못했다. 이번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랜 과제로 남아있던 상병수당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 첫걸음에 김포시가 제일 먼저 앞장서고자 한다. 김포시는 상병수당 도입의 취지에 공감하고 보건복지부의 시범지역 선정을 위한 공모사업에 지난 3일 응모했다. 부시장을 추진단장으로 행정과·일자리경제과·기업지원과·김포산업진흥원 등 관련 부서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내 50인 이상 협력사업장에 대한 섭외를 추진하는 등 공모 선정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포만큼 상병수당 시범사업에 최적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포는 3만4천여 개 사업체와 7천200여 개 공장이 등록된 경기 서북부 최대 산업도시다. 현재 15개 산업단지가 있고 5개가 추가로 조성되고 있다. 또 전체 산업별 종사자는 20만명에 달하고 이중 제조업 종사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가 3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 모형별 상병수당 대상자의 규모, 평균 지원기간, 소요재정 등 정책효과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실증 근거와 사례를 축적하려면 김포만한 곳이 드물다.
대한민국 제조업 현실 축소판
김포서 제대로 검토·분석돼야
이뿐 아니라 김포는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통합서비스망이 매우 촘촘하다. 당장 다음달께 노동권익센터가 개소한다. 노동권익센터는 노사분쟁 해결을 위한 노동교육과 권리구제, 산업재해 노동자의 신속한 보상지원 등 노동권익보호를 위한 통합서비스를 전담한다. 2020년 개소한 김포산업진흥원과 오는 6월 개관 예정인 소공인복합지원센터, 내년 상반기 김포제조융합혁신센터까지 개관하면 김포시는 노동권익보호를 위한 통합적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김포시는 상병수당 효과 실증을 위한 협력사업장을 확보했으며 기업체 및 관내 의료기관과 유기적 협조체계 및 상병수당 홍보시스템을 마련해놨다.
상병수당 도입은 오랜 기간 검토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끝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 20여 년 만에 추진되는 사업이다. 대한민국 제조업 현실의 축소판이라 할 김포에서 그 시범사업이 시작돼야 제대로 검토되고 제대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김포시는 아프면 쉬어야 하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찾는 데 앞장설 준비가 돼 있다.
/허승범 김포시 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