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심상치 않다. 작년 10월 3.2%를 시작으로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계속된 양적 완화에, 코로나에, 탄소중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 어디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다.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상승이다. 쇠고기·가스·빵·딸기·커피 등 주요 식료품과 외식물가도 계속 오름세다. 여기에 재난지원금이 더 풀렸고, 대선이 끝나고 전기와 가스요금까지 인상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정말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최후의 보루인 나라 곡간까지 이미 활짝 열어버린 상황인데, 이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오는 9월 대출금상환 유예마저 사라지면 어쩌나 싶다.
대선주자들은 득표경쟁으로 선심성 정책을 줄줄이 내놓은 상황이니 내일 있을 대선 투표에서는 누가 당선돼도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의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 1927~2019)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前) 의장이자 오바마 행정부 당시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연준의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미국이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악명 높은 고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채무자들이 거리에 나앉게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고금리 정책으로 인기가 떨어진 지미 카터는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볼커의 이 정책은 신의 한 수로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케 한 원동력이 됐으나 카터는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은 후일 미국에 큰 외교적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미 행정부의 대통령 특사로 세계를 누비는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됐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는 지미 카터와 폴 볼커가 있는가?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1805~1859)은 "국민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 감정 투표를 하거나 관성적 투표를 하면 안 된다. 깨어있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카터와 볼커가 없다면 우리 국민들이 직접 나서 미구에 닥칠 경제 위기를 막아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