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초등학생 딸(12)을 키우는 최은숙(47·가명, 인천 연수구)씨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수척한 얼굴의 아이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천식을 앓고 있는 최씨는 딸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재택치료를 택했지만, 확진된 지 3일째 되던 날 고열과 두통 등 증세가 악화하면서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딸은 8일 동안 혼자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최씨가 퇴원하고 집에 오자 딸은 아무 말 없이 어두운 표정만 짓고 있었다. 즉석식품으로만 끼니를 챙긴 탓에 집 안에는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최씨는 "딸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어 격리 중에 코로나19 증상이 생기면 어떡할지 병원에서 치료받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토로했다.
엄마 재택치료중 악화 '병원행'
12세 딸 8일 격리 '즉석식품 끼니'
이처럼 코로나19에 걸린 한부모가정의 보호자가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아이가 홀로 집에 남겨지면서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신명은(42·가명)씨도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앞두고 막내 딸(11)을 맡아줄 이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아들과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급히 거주지 인근 행정복지센터와 아동복지관 등에 딸을 돌봐줄 방법이 있는지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신씨와 함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간 딸도 양성 판정을 받고 말았다. 격리기간이 2주 더 늘어나면서 신씨는 한 달 동안 생계 활동도 하지 못했다. 신씨는 "지인들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생활치료센터에 데리고 갔는데, 딸도 감염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하소연했다.
함께 입소한 딸 양성인 경우도
격리 연장 엄마 생계활동 못해
인천시는 지난해 1월부터 보호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노인·장애인·아동을 대상으로 긴급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돌봄 공백이 생긴 시민들이 인천시 산하 기관인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나 거주지 동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등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각 가정에 요양보호사 등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보호자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아이를 돌볼 수 없거나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정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인천지역 한부모가정은 지난해 12월 기준 1만5천가구에 달한다.
인천시 작년 긴급돌봄 26가구
아동 대상은 8가구 '홍보 미흡'
인천시가 집계한 코로나19 관련 긴급돌봄서비스 이용 가구는 지난해 총 26가구에 그쳤다. 이 가운데 아동 대상 돌봄은 8가구에 불과했다.
긴급돌봄서비스를 운영하는 인천시 복지서비스과 관계자는 "보호자 확진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구에 대해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등에서 긴급돌봄서비스를 안내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 홍보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