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피가 묻은 한 소년이 경찰서에 들어간다. 입구에서 경찰관과 마주친 소년은 말하기를 주저하다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다. 만 13세로 촉법소년인 소년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을 숨지게 했다고 자수하면서 재판에 넘겨진다.
최근 소년 범죄를 다룬 넷플릭스 국내 제작 드라마 '소년심판'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소년심판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한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한다. 바로 지난 2017년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생 유괴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17)양이 단지 내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8살 여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사건이다. A양은 피해 아동의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또 A양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B(18)양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은 살인행위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SNS로 범행 방법과 증거 인멸을 모의하고 A양에게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봤다.
2017년 '초등생 유괴 살인' 연상
大法, 10대 소녀 단독범행 '20년형'
당시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A양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의 소년이기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택하더라도 관련 법에 따라 20년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B양에 대해선 A양과 공모해 치밀하고 잔혹한 계획범죄를 저지른 살인 공모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양은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20년형이 그대로 유지됐으나 B양은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3년형으로 감형받는다. 항소심 재판부가 B양을 살인 공모 공동정범이 아닌 살인 방조범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B양이 범행을 지시했다는 A양의 진술은 자신의 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고, 일관되거나 구체적이지 못해 신빙성이 없다는 점 등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대법원이 이 같은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인천 초등생 유괴 살인사건은 A양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며, B양은 살인에 가담하지 않고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만 19세 미만의 소년에게 보호처분을 내리는 소년보호사건은 가정법원이 전담하며, 만 14세 이상인 소년의 형사사건은 지방법원이 담당한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