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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
부동산 시장을 포함해 어떤 시장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면 그 시장이 현재 정상인지 혹은 비정상 인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인 결과 비정상적으로 확인된다면 과거의 데이터로는 미래를 전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번 경제전망대를 통해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의 비정상적 상황들, 즉 규제로 인해 다소 왜곡된 현상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현재 부동산 시장은 새 집이 헌 집 보다 과도하게 싸다. 물가상승이 반영된 새 제품이 오래된 제품보다 더 싼 현상은 골동품처럼 특수 시장이 아니라면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부동산R114가 지난 20년 동안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21년이 분양가와 매매시세 편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세와 비교한 분양가 수준이 전국은 920만원, 서울은 1천502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국민평형인 전용 85㎡ 기준으로 시세와 비교할 때 분양가 수준이 3억~5억원 저렴하다는 의미다. 장기 무주택자가 경쟁을 통해 좋은 물건을 가져가는 구조라면 다소 저렴한 부분들은 일견 합리화될 수 있으나 문제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초 분양가 수준을 낮추면 입주 시점에 주변 시세를 안정시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분양가 자율화로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았던 과거와 결과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낮은 분양가를 통해 시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넘어서는 초과공급이 이어져야 하지만 오히려 낮은 분양가 책정으로 인해 도심 내 재개발,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이 위축돼 제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새집이 헌집 보다 과하게 저렴
외부 경제충격 따른 수요 위축보다
정부 대출규제·세금중과 영향 더 커


거래량의 왜곡도 한번 살펴보자. 작년 말 정부가 대출규제를 본격화하고 올해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조기에 도입하면서 주택 거래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여기서 확인할 부분은 현재 경제 상황이 금융위기에 비견될 만큼 위기 국면인지 여부다. 최근 수출 증대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작년부터 4%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이에 주요 대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정상화에 따라 기준 금리도 인상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 경제충격에 따른 수요 위축이 있었다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대출규제와 취득·보유·양도 단계의 세금 중과 영향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체 거래량에서 증여·교환·직거래 등의 우회 거래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보다 재고량이 적은 연립주택(빌라)이 아파트보다 더 많이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도 계속된다.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수요 이탈로 물건별, 지역별 수요 쏠림이 다르게 나타나 시장이 뒤틀린 것이다.

지역별 가격 변화 전파 경로도 달라
왜곡된 시장 언제 회복될지가 중요


지역별 가격 변화의 전파 경로도 과거와 다르다.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라면 추세적 가격 하락 국면이 시작되면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저가 시장보다는 투자자가 많이 유입된 재건축과 고가시장이 우선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권 신축, 구축 등 고가시장의 신고가 경신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외곽지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경우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더불어 고가(중심지)와 중저가(외곽지) 사이의 가격 편차(갭)가 더 벌어지면서 '갭 메우기' 혹은 '키 맞추기' 현상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각종 규제로 시장이 왜곡된 상황에서 정치 이슈(대선·지선)까지 더해지면서 추세 판단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시장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 왜곡된 시장 상황이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올 지가 중요한 키 포인트다. 임박한 새 정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도 상당기간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을 통해 수요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기 보다는 규제로 억눌린 상황이어서 특정 시기에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부작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