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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4~5일 강원도 고성, 인제, 속초, 강릉, 동해시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났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양강지풍(양양과 강릉 사이 국지성 강풍)에,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국지풍)을 타고 대형 화마로 번졌다. 이 불로 여의도 크기에 맞먹는 5.3㎢ 산림과 주택·시설물 916곳이 전소하는 피해를 냈다. 4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전국 재난 수준인 화재대응 3단계가 발령된 현장엔 800대 넘는 소방차, 헬기, 1만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 소방관들과 함께 투입된 특수진화대원 88명은 최근접 장소에서 화마와 싸웠다. 보호안경과 안전모를 착용한 대원들은 능선 곳곳에서 물줄기를 뿌리고, 삽과 갈퀴로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잔불을 제거했다. 대원들은 산소통과 산소마스크도 없이 방진, 방연 마스크만 쓰고 시뻘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원 산불은 암벽이 많고 산세가 험해 특수진화대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 진화작업에서 이들의 활약은 더 빛났다.

산림청 소속인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이 함께 조명됐다. 일당은 10만원에 불과했고, 휴일과 야간에도 빈번하게 출동하는데 초과근무 수당이 없었다. 6~10개월간 일한 뒤 이듬해 다시 채용과정을 거쳐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2020년 8월 특수진화대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산림청은 330명이던 인력규모를 435명으로 확대했다. 이 중 160명을 공무직(公務職)으로 전환해 체력과 전문성을 갖춘 정예요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감장에서 대원들 임금이 5년간 계속 동결됐다는 지적과 함께 처우개선 문제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발화 5일째를 맞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서도 특수진화대원들이 사투 중이다. 수시로 바뀌는 풍향에 따라 하루에도 수차례 산 중턱과 계곡을 오르내린다. 헬기가 쏟아붓는 방수를 맞으면서 삽과 쇠갈퀴로 불길을 잡는다. 밤에는 2~3명씩 조를 짜 등짐펌프를 메고 불길을 쫓는다. 원자력발전소와 민가로 향한 불길을 막았고,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냈다. 산림자원과 인명을 구하려 화마에 맞선 자랑스러운 영웅들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