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평택지역 전력구 공사 현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탁수가 인근 하천으로 여과 없이 유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 경기건설지사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평택시 가재동 86-5번지 일대에서 '평택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 공사(고덕-서안성, 브레인시티)'를 하고 있다. 오는 2023년 3월까지 지하 터널 1.098㎞에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다. 시공은 중흥토건이 맡았다.
땅굴을 파는 작업을 하다 보니 현장에선 지하수와 흙모래 등이 뒤섞인 오탁수가 배출된다. 원칙대로라면 별도 설치된 오탁수 처리시설을 통해 정화를 한 뒤 수질 기준에 맞춰 방류해야 한다.
그러나 익명의 제보자가 경인일보에 보내 온 28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짙은 회색빛 물이 공사 현장 안에 흐르는 하천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해당 하천은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안성천으로 합류한다. 촬영 시점은 지난달 중순께다.
지하 '광케이블 설치' 시공 중흥토건
제보 동영상, 회색 물 하천에 쏟아져
배출량·오염 여부 파악 못해 '염려'
익명의 제보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당량의 물이 하천으로 흘러갔는데, 작업자 몇 명이 눈에 보이는 불순물을 거둬내는 조치만 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당시 수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오탁수가 고스란히 배출됐다면 하수도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도 가능하다. 다만 제보자 측 주장처럼 후속 대처가 미흡했다면 어떤 성분의 물이 하천에 흘러 들어갔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공사인 중흥토건은 정화 공정을 거치지 않은 오탁수 일부가 하천에 유입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확한 배출량과 오염 여부 등은 알지 못했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당시 오탁수 처리시설의 기계적 문제로 1시간가량 정화되지 않은 물이 하천으로 배출된 건 맞다"면서도 "평소에는 약품 처리 과정을 거쳐 수질 기준에 맞는 깨끗한 물을 방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