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 3사가 공동실시한 2014년 6·4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에 앞서 경기지사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 후보가 2% 가량 앞선다는 예상은 개표 중반 빗나갔고, 50.5%를 얻은 남 후보가 당선됐다. 49.5%인 김 후보와 차이는 1%포인트(5만 표).
다른 지역도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와 방송사들이 체면을 구겼다. 1.7%포인트 차 초접전이라는 충남지사 선거전은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8.2%포인트 차 완승으로 끝나면서 출구조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앵커가 "아예 출구조사 결과는 잊어버리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역대 대선 출구조사는 수차례 망신을 당한 지방선거나 총선과는 격이 달랐다. 한 번도 틀리지 않은 족집게 적중률을 자랑한다. 박빙으로 끝난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은 물론, 여·야 3강이 맞선 2017년 대선에서도 정밀한 예측력을 보여줬다.
9일 저녁 방송 3사는 대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6% 포인트 앞선다고 발표했다. 윤 후보가 5% 이상 앞설 것으로 낙관한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침묵했고, 민주당사는 환호성으로 들떴다. 초반 한때 이 후보가 3~5%포인트까지 앞서기도 했으나, 개표 결과는 예상치와 놀랍도록 일치했다. 윤 당선자는 예상보다 불과 0.13%포인트 더 격차를 벌리며 신승했다. 특히 이 후보가 얻은 47.8% 득표는 소수점까지 들어맞는 신기(神技)에 가까웠다.
20대 대선은 출구조사가 금지된 사전 투표 비율이 높아 예측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본 투표 조사에선 엉뚱한 후보를 찍었다는 장년층이 많아 골탕을 먹기 일쑤다. 그래도 여론조사 기관은 정밀한 보정 작업을 통해 이 어려운 장애를 극복해 낸다. 진화하는 조사 기법으로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득표율 차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출구조사 방송은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을 위한 별식 '디저트'다. 60초 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입맛을 다시게 된다. 발표 순간 환호와 탄식, 무거운 침묵이 교차한다. 내각제 개헌은 죽어도 아니 된다는 지인이 있다. "이 좋은 재미를 왜 없애려 하느냐"고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