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의 대권 도전은 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왔다.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경기도지사로서 대권을 꿈꿨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가장 대권에 근접한 경기지사 출신으로 꼽혔지만 '경기지사는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본선까지 올랐지만 큰 격차로 3위에 그친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본선무대에도 진출하지 못한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권 도전은 그래서 경기도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다. 본선만큼 치열했던 당내 경선을 뚫고 집권여당의 최종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때도, '0.8%p' 대선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로 석패한 이번 대선에서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 중 경기도가 과반의 지지로 화답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특히 경기도민이 이 전 지사의 대권 도전을 응원한 것은 그의 이력도 한몫한다. 변방의 장수, 정치 비주류로 수식되는 그의 이력과 서울의 변방으로 취급되던 경기도의 설움이 공감대를 일으켰다.
'변방 공감대' 도민 과반 지지
지사직 수행하며 전국서 주목
악조건속 석패, 정치력 평가도
경기지사로 활약한 지난 3년 4개월여 동안 이 전 지사가 내놓은 정책과 발언이 전국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경기도를 향한 전국의 관심도 높아졌고 경기도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진 게 사실이다.
실제 이 전 지사를 응원했던 경기도민들은 이번 대선 패배를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성남에 사는 직장인 이모(40)씨는 "성남시장일 때부터 추진하는 정책이 피부에 와 닿는 것들이 많았고, 기존 정치권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에 계속 응원했었다. 너무 아깝게 진 것 같아 속상하다"며 "더 폭넓은 정치활동을 통해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의 SNS에도 석패를 위로하며 "너무 아쉽다" "고생했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비록 20대 대선 문턱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었지만, 재기의 희망은 여전히 남았다. 아직 만 58세인 이 전 지사가 비교적 젊어 차기를 노릴 수 있고 여의도 정치를 경험해 외연 확장을 할 기회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악조건 속에서 경인지역에서 기록한 선전은 그간 이 전 지사가 쌓아올린 정치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 관련기사 4면(불리한 지형서 '절반의 민심'… 이재명, 외연 확장 주력할듯)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