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를 부설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자주적 외교 활동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고문서가 국가 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은 최근 '미국공사왕복수록'(美國公私往復隨錄) 등 문서 2건의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1850~1927) 선생이 경인철도 개통 11년 전인 1888년 미국에서 철도 부설에 관해 협상한 내용 등을 담은 외교 문건이다. 이 문건은 경인철도 부설 추진을 비롯해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10여 년 앞당겼으며, 조선의 자주적 외교 노력을 입증할 수 있는 사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공사왕복수록 등 2건 등록 예고
문화재청, 내달 10일까지 의견 수렴


이상재 선생은 1888년 1월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1841~1905)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주미공사관을 개관하고 같은 해 11월 귀국했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이 시기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뉴욕 법관 등이 '조선기계회사'를 설립해 제물포와 경성을 잇는 경인철도 설치를 제안한 사실이 기록됐다.

계약서 격인 '철도약장'(鐵道約章) 초안도 수록돼 있다.

미국 쪽의 철도 부설 제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종은 당시 경인철도 부설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박정양 등은 미국 측이 내세운 세금 면제 조항 등 조건이 좋지 않다며 계약 체결을 말렸기 때문이다. 조선이 최초의 철도 부설과 관련한 외교 협상을 직접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후 11년 뒤인 1899년 9월 경인철도 제물포~노량진 구간이 개통했다.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모스(James. R. Morse)로부터 철도 부설권을 넘겨받은 일본이 철로를 깔았다.

문화재청은 내달 10일까지 미국공사왕복수록 등 문건 2건의 문화재 등록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문화재로 최종 등록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미국공사왕복수록 등 이상재 선생이 기록한 주요 외교 문서와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는 조선이 서양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개설한 워싱턴 공사관의 실상을 알려준다"며 "특히 경인철도 부설 초기 자료와 자주적 외교 활동 노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