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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수위원회 출범, 내각 인선과 인사청문회, 정부 조직개편, 공약의 정책화 등 취임을 전후로 숨 가쁜 일정들이 진행되게 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1차로 인수위 구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장관 후보자 지명 역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그리고 국민의힘과 국민의 당의 합당에 따른 지방선거 공천과 당권 결과도 관심사이다.

지난 대선 득표율만을 단순 대입하면 지방선거는 팽팽한 접전이다. 그러나 그대로 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집권 초기에는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지지와 기대가 크다. 새 정부 초기의 집권 여당에 대한 각종 프리미엄도 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20일 만에 치러진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로 6·1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다.  


지선, 대선과 다르다고 위안 말아야
학연·지연·평판 등 다양한 변수 작용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장 어려운 여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반구저기'(反求諸己)를 남기고. 그것은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사퇴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과 혁신의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패배의 원인과 책임론 그리고 자성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송 대표와 같은 생각인지 알 수 없다. 지금도 친문과 반문 그리고 비문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묻고 있다. 왜 대선 과정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김두관 의원의 주장처럼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사과나 반성을 들은 적이 없다. 대선 전에 부동산 정책실패와 조세정책에 책임이 있었던 자에 대해 읍참마속을 외쳤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징벌적 조세 수단을 수도 없이 남용한 기재부 장관이나 공무원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그 책임을 추궁했다면, 국민에게 고통과 분노를 안긴 역대 청와대 수석이나 주무 부처 장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임을 제기했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과거 열린민주당의 트라우마나 청문회에 그 원인을 떠넘기기에는 논거가 약하다. 대선 패배는 촛불 국민에 큰 상처와 분노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언론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정치 공세로 새 정부의 출발을 방해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방해가 지방선거의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겁박 논리도 있다. 새 정부의 출범에 협조할지 아니면 강하게 견제하면서도 민생에 대해서는 협치를 할 것인지. 민주당을 지켜보고 있다. 물론 여야 모두 코로나19 예산 편성에는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원전 정책, 여가부 폐지, 사법개혁 등에 대해서는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잊지 마시라. 협치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원칙 없는 협치가 더 비굴하다는 것을. 180석의 당당한 자긍심으로 국민의 편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대선 패배 반면교사 삼고자 한다면
수도권 민심 잡고 자성과 혁신 넘어
새로운 희망 주는 후보로 내세워야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대선과 다르다고 위안하시지 마라. 대선은 이념적 성향과 진영 논리에 좌우되고 지방선거는 학연, 지연, 평판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는 것은 교과서적 논리이다. 대선 득표율과 공천을 연계하지도 마라. 인천시장 선거는 대접전이며, 군수·구청장 선거는 5대 5라는 계산도 부질없는 셈법이다. 대선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면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출마시키기 바란다. 서울·경기도·인천의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자성과 혁신의 자세를 넘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불리하다 싶어 국회의원이 참여하지 않는 광역자치단체장 경선. 국회의원과 구청장 그리고 시의원과 구의원으로 이어지는 짬짜미.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사용하는 공천. 만약 그것들을 타파하지 않은 채 안주한다면 대선보다 더 나쁜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우수한 후보 영입, 모든 후보자의 100% 국민경선, 신뢰할 수 있는 여론기관 선정. 그것이 분노와 회한 속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