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코로나19(오미크론) 유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투표소(사전투표소 포함)에서 사용될 방역물품 구매 여부가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납품기일까지 시간이 빠듯한 상황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방역물품 납품업체들이 계약 체결 이후 주문 물량이 감소하더라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낙찰자 선정 1개월 넘도록 미결정
'면책조항'에 초과 생산땐 업체 몫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 2월15일 조달청을 통해 6·1 지방선거 투표소에 사용할 방역물품세트 제작·납품 업체로 M사를 선정했다.
37억여 원의 예산이 배정된 방역물품 세트는 마스크, 손 소독제, 위생비닐장갑, 안면보호구, Level D 보호복 세트 등 9개 품목으로 구성되며 오는 5월12일까지 5만5천449세트를 납품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낙찰자가 선정된 지 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방역물품세트 납품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중앙선관위와 질병관리청, 납품업체가 참석한 화상 대책회의에서도 중앙선관위와 질병관리청 간 책임 회피성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업체들만 난처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업체들은 납품기일까지 시간이 빠듯한 상황에서 중앙선관위의 '면책조항'으로 인해 무턱대고 방호물품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일 빠듯한데 수량 감소될라 난처
"질병청·선관위 책임 회피" 지적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소 방역물품세트 제작 제안요청서'를 보면 '본 계약은 (사전)투표절차와 관련한 코로나19 방역지침 등 위원회 내부 사정에 따라 계약 체결 이후라도 제작 수량이 감소할 수 있고, 계약상대방은 이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규정돼 있다.
만약 투표일 무렵 오미크론 감염상황이 안정기에 들어 방역물품 수요가 감소할 경우, 면책조항에 의해 초과 생산된 방호물품은 고스란히 납품업체의 몫으로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한 방역물품 납품업체는 "화상 대책회의에서 질병관리청은 중앙선관위가 알아서 해라, 중앙선관위는 질병관리청이 지침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식으로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시간은 얼마 없는데 그렇다고 업체들이 재고 위험부담을 안고 방호물품을 생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측은 "납품업체들과 기술협상 중"이라면서도 "오미크론 상황으로 인해 (방역물품 납품)결정이 부득이하게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이귀덕·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