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을 통해 20대 남녀가 정치적으로 등을 돌렸다. 출구조사 결과 '이대남'의 58.7%가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이대녀'의 58.0%가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언론은 '이대녀'의 반전을 대서특필했다. 24만표 차이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대녀 박지현(26)을 임명해 신속하게 이대녀 지지를 흡수했다. 박 위원장은 대학생 시절 잠입 취재로 'n번방'의 실체를 공론화해 2020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특별상을 받았다.
이대녀는 처음부터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표리부동에 반감이 깊었다. 여당 출신 충남도지사, 서울시장, 부산시장이 성폭력으로 처벌받거나 비극적 선택을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격하했고, 여성가족부와 진보 시민단체들은 침묵하거나 가해 권력자를 두둔했다.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을 가장 먼저 의심한 계층도 '이대녀'였다.
국민의힘은 '이대녀'가 민주당으로 쏠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짐작하고 '이대남' 지지에 집중했다. 성폭행 무고에 속수무책이라는 '이대남'의 주장에 성폭력 무고죄 신설을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캠페인이 갈 곳 없던 '이대녀'에게 민주당이라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이대녀는 국민의힘의 반페미니즘에 맞서 전략적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뒤, 후원금으로 정의당에 사과했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분리는 대선 정치공학의 원인과 결과이다. 엄존하는 성차별 구조를 부인하는 국민의힘의 이대남 편애가 지속가능할리 없다. 박 위원장 홀로 피해호소인을 작명한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척결하기 힘들다. 세대로 갈린 꼰대들이 장악한 여야 정당의 파쇼 정치에 이용당할 뿐이다. 친여 커뮤니티는 이대남을 저주하고, 친야 커뮤니티는 이대녀를 희롱하며 미래의 주역인 20대 남녀의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부추긴다. 무책임한 기성세대는 이대남과 이대녀 공동의 적이다.
열렬히 사랑해도 모자랄 20대 남녀의 분리는 대한민국 미래의 영혼을 찢는 일이다. 차라리 이번에 보여준 결속력으로 이대남과 이대녀가 연대해 청년 정당을 창당했으면 싶다. 정치적 분리주의에 신물난 국민들이 호응할 것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