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첫 회동이 돌연 취소된 가운데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MB 사면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감정싸움이 폭발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대선 이후 '국민통합'을 적극 강조해 왔지만, 첫 회동부터 갈등 양상을 띠면서 정국의 냉각기류가 쉬이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권교체기에 불거진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역시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은 구체적인 회동 취소 이유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국힘 "전 대통령 수감은 큰 상처"
'정권말 요직 낙하산 인사' 비판도
이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회동 취소 이후 상대 당을 겨냥한 거친 비판 발언을 쏟아내며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전직 대통령을 두 분이나 수감시켜 둔다는 것은 과거 역대 대통령의 불행사도 있지만 우리 헌정사에 큰 상처고 국민통합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나 현 정부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풀고 가는 것이 나중에 두고두고 정치적 짐에서 시달리는 일을 예방하는 측면도 있어서 풀고 가시는 게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정권 말 청와대 출신·민주당 보좌진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는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권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출신·민주당 보좌진 출신이 한국 IPTV방송협회장, 한국공항공사 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 등 요직에 줄줄이 기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갈 것이라 공언했지만, 실상은 '캠코더 인사'로 가득한 무책임한 인사의 연속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 "尹 인수위 구성, 2기 MB정부"
초선의원 18명 사면 반대 기자회견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MB 사면론'에 반발하며, 윤 당선인의 행보에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신동근(인천서을)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윤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구성을 보니 윤석열 정부는 가히 2기 MB정부라 불러도 손색없을 것 같다"면서 "MB사면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적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고영인(안산단원갑) 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 초선의원 18명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받은 중대 범죄자"라며 사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는 사적 이익을 위해 법 원칙도 공정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정치꾼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직접 수사하고 기소했음에도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뒤에 직접 책임 있게 하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