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하는 동네 병·의원마다 검사자들이 몰리면서 일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계양구 A의원. 문을 연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병원 밖 복도까지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곳을 찾은 김민석(25)씨는 "진료를 받으려면 5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며 "검사하러 온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가 자칫 감염되지 않을까 꺼림칙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정오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B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신속항원검사 대기자가 많아 일반진료는 오후에나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중년 남성은 간호사에게 접수가 제대로 된 건지 묻기도 했다. 그는 "1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데 내 차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코로나가 심각하다지만 동네 병원까지 검사만 하고 있으면 아픈 사람들은 어디서 치료받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문 연지 30분만에 복도까지 줄서
같은 공간에 있다가 감염 우려도
15분내 결과·PCR검사보다 간편
지난 14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 증폭(PCR) 검사와 동일하게 확진자로 인정되면서, 선별진료소 대신 병원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선별진료소와 달리 동네 병·의원은 무증상이어도 진찰료를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사 후 15분이면 결과가 나와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PCR 검사보다 간편하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 수요가 늘면서 일반 진료를 받으러 온 이들은 오랜 시간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병원 "처방전만 요구하는 경우도"
선별진료소 검사자 분산으로 한산
검사자와 일반 진료 환자를 모두 받아야 하는 병원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구월동 B의원 수납처 직원은 "검사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확진자 데이터까지 입력해서 관할 보건소에 넘겨야 하기에 일반 진료를 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인근 C의원 관계자도 "환절기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신속항원검사까지 하려니 감당이 안 된다"며 "진료를 받지 않고 처방전만 달라는 경우도 많아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편 선별진료소는 비교적 한산해졌다. 계양구 임시선별진료소 관계자는 "1주일 전과 비교하면 대기자 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그동안 PCR 검사를 받으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14일 이후부터는 검사자가 분산되면서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졌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