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 속에서 좋은 성과를 내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의정부시청 빙상팀을 이끌고 있는 제갈성렬(51) 감독은 2022 베이징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차민규, 김민선, 장재원 등 소속팀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감격의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제갈 감독은 2016년부터 올해로 6년째 의정부시청 직장운동경기부 빙상팀을 이끌고 있다. 의정부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의정부 빙상이 누렸던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지도에 매진, 의정부시청 빙상팀을 대한민국에선 물론 전 세계가 긴장하는 최정상급으로 만들어냈다.
차민규·김민선·장재원 등 베이징올림픽서 큰 활약
소속선수 14명 중 4명 태극마크 '황금기' 과언 아냐
지금은 가히 의정부 빙상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 8명, 쇼트트랙 3명 소속선수 총11명 중 4명이 올림픽대표로 출전했으며, 차민규 등 주요 선수들이 세계랭킹 2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의정부시청팀은 지난달 열린 제103회 전국동계체전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메달 10개(금7·은2·동1)를 수확하고, 쇼트트랙으로 메달 4개(금2·은2)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선 차민규가 500m, 정재원이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하는 활약을 보였으며, 지난 14일엔 '제2의 이상화'로 불리는 김민선이 월드컵 왕중왕전 500m에서 동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의정부시 도움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쉬운 것 같지만 그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습니다. 평창 이후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선 특히 그랬습니다. 우선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고요. 방역 문제로 국제 대회 참가도 어려웠습니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여러 악조건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성과를 내준 우리 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민규는 골반을, 정재원은 발목을, 김민선은 허리를 다쳐 모두 재활과 보강 훈련을 병행하며 훈련해야 했다고 제갈 감독은 설명했다. 그런 선수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일까. 베이징올림픽 중계방송에서 해설을 맡았던 제갈 감독이 선수들이 메달을 따자 현장 중계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구보다 고충 잘 알기에 메달 따자 눈물 흘리기도
"당시엔 캐스터가 말리는 지도 몰랐습니다 하하"
"선수들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선수들의 대회 준비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기에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전날까지도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그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내줘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당시엔 캐스터가 옆에서 말리는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보니 제가 좀 그랬더라고요. 하하."
제갈 감독은 팀이 이런 좋은 성과를 낸 배경엔 의정부시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6년째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시에 감사함을 느낀 적이 참 많습니다. '스포츠는 복지'라는 시장님의 철학 아래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빙상장을 보유한 지자체도 드물지만 빙상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두고 선수들을 배려하는 지자체는 의정부시가 유일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처우부터 훈련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시의 도움이 없었다면 최근의 좋은 성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있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폐쇄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대체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저는 의정부시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도 있고 이미 구축한 인적·물적 인프라도 의정부시를 따라올 만한 곳이 없다고 봅니다. 이런 점들을 강조해 국제스케이트장을 의정부에 유치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꿈나무들에 스케이팅의 재미·감동 알려주고파"
"지금은 시즌 중이어서 많은 출연과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고 있지만 시즌이 끝나면 시간과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빙상 종목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을 전하고 싶고 빙상 꿈나무들에게 스케이팅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인지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뼛속까지 빙상인입니다. 앞으로도 빙상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