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시간적 존재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고작 100년이다. 100년 세월이 긴 것 같아도 초로 환산하면 31억5천360만초다. 하루는 8만6천400초요, 1년은 3천153만6천초이니 백세 장수를 해도 고작 31억초 정도를 사는 것이다. 우주의 시간, 아니 인간의 역사와 비교해 보면 백세 상수(上壽)를 살아도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참인데도 이때 나온 몇 개 공약은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직장인들 밥상머리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게 화급을 다투는 사안으로 보이지 않는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신속한 청와대 이전 추진 소식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 다음으로는 단연 주4일제 얘기다. 주52시간제로 수당이 줄었는데, 주4일제가 오면 가벼운 월급봉투가 더 가벼워지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 직장에 매여 개인적 삶이 거의 없는데 주4일제가 되면 삶의 여유가 좀 생길 것 같아 좋을 것 같다는 견해도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요즘에는 주4일제 근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신주사파(新週四派)'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이 2019년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1인당 매출이 40%나 올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소비량은 23%가 줄어들었고, 직원들의 프린터 용지 사용량이 59%나 감소했다고 한다. 생산량은 어떨지 몰라도 효율성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다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정체도 막을 수 있고 고유가 시대 휘발유 소비도 줄일 수 있고, 또 잘만 하면 미세먼지 감소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주4일제가 되면 배달음식 같은 외식산업이 더 활성화할 것도 같고, 침체된 공연계나 문화예술 분야의 관객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고, 육아 문제도 조금 완화될 것이다.
반면, 주4일제가 시행되면 노동시간의 감소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기업의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 뿐인 짧은 인생의 시간을 개미처럼 일만 하다 보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내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한번쯤 거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금과 일자리뿐 아니라 이제는 시간도 복지정책의 과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