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수위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 등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집무실 이전 관련 한 라디오 방송에서 "누가 봐도 용산으로 간다는 것은 풍수지리설을 믿는 것"이라며 "이달 초까지 내내 광화문을 노래해 놓고 느닷없이 무슨 용산? 말이 되는 이야기냐"라며 비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청와대 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찬반론에 대해 "지금의 엄중한 코로나 상황, 경제 상황에서 인수팀의 대응 역량이 엄한 데 사용되는 것도 안타깝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전 반대 글이 올라온 지 3일만인 지난 21일 오전 7시경 30만에 육박했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이나 용산 주민의 교통난도 문제지만 국방부 이전에 촉박한 시간과 안보 공백이 문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안보의 핵심인 국방부의 안보공백은 요즘 같은 국제적 불안정 상황 속에서 국민적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올해 들어 10번의 미사일 발사체를 쐈다. 가장 최근은 지난 16일이다. 한창 국방부 청사로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던 때라서 필자뿐 아니라 가슴을 쓸어내렸을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신규확진자 폭증·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에 주력해야 할 엄중한 시국에
신구권력 연일 충돌 국민들 피로감
지난 20일, 제15대 합참의장 김종환 등 11명의 전직 의장들은 '청와대 집무실 국방부 이전,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을 초래해 정권 이양기의 안보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반대 의사를 인수위원회 측에 전달, 안보관련 국민적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국민 소통 명분을 내세우며 청와대 집무실 대신에 용산 국방부 건물 이전을 강행하려는 윤 당선인은 정작 국민 의견 수렴과정 등 소통 과정 없는 불통 모습에 모순이란 지적이다.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가의 중차대한 대사임에도 국방부 의견 등 소통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며 소통을 위한 것이라니…. 과연 이런 모순적 행동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더는 정치권력자·사회지도자 위해
울리는 종은 안된다… 소통이 필요
대선 승자의 넉넉함이 안 보인다는 세평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통이란 거짓 없이 상호 투명하게 출발해야 한다. 집무실 확정 발표 당시 인수위는 이전 비용 496억원을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의 1조원 비용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더니 하루 만에 '합참'을 옮기려면 1천200억원이 더 든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는 예비비 불가 방침을 밝히며, "새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는 입장이다. 국방부·합참 직원 3천명 동시 이동, 합참 새 청사 건립에 8년 소요, 4천2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통의동 사무실 사용 방침 강조로 벼랑 끝 강대강 대치전을 보인다. 국방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사업체에 견적만 내고 대기 중이라고 한다. 신구권력의 충돌이라며, 언론은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국민적 피로감은 높아간다. 오미크론 감염률 등 신규 확진자가 21만명을 육박하는 엄중한 시국에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에 주력하는 모습 대신 집무실 문제로 일방적 강행과 소통 아닌 불통을 보려고 국민이 윤 당선인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문득 대문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가 떠오른다. 갈라진 민심, 뜨거웠던 대선… 누구를 위해 울린 종이었을까. 더는 정치 권력자나 사회지도자를 위해 울리는 종은 안 된다. 윤 당선인은 누구를 위하여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릴 것인지 궁금해진다. 혹여 윤 당선인이 용산으로 정해진 날짜를 고집, 강행해야 할 말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