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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DB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소위 '이대남' '이대녀' 지칭에 대해 국민들 대부분이 세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들은 이 같은 용어가 정치인·인플루언서들이 관심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레임이거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부풀려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대남' '이대녀'는 각각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지난 대선에서 청년들의 투표 성향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소위 '이대남·이대녀 현상'이 관심으로 떠오른 바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이 '이대남' 현상에 대해 20대~50대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대남'이란 지칭·용어 사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으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동의한 항목은 '성별·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88.9%) 였다. 이 항목은 '매우 동의'를 기준으로도 과반인 51.8%가 선택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다양한 성향을 지닌 20대 남성들을 단순하게 한 집단으로 묶어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85.8%)와 '이대남 용어, 나아가 20대 남성 집단 자체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85.0%)가 비슷한 비율로 2,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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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현상의 실체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에서도 국민들은 만들어진 프레임이나 부풀려진 현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이 세간의 관심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세대·성별 갈라치기 프레임이다'(83.2%)가 가장 높은 동의도를 보였고, 근소한 차이로 '일부에서 관찰되는 특성이 언론 보도 등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부풀려진 현상이다'(82.3%)가 뒤를 이었다. 반면, '실제 현실에 기반한 실체가 있는 사회현상이다'에 동의한 사람들은 59.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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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이대남'이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71.1%)이 긍정(13.1%) 인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이한 것은, 조사대상의 15.8%가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여 긍정 인식 보다도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언론재단측이 추가 분석을 한 결과, 부정적인 인식은 보수(65.0%)와 중도(67.7%) 집단 보다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82.2%)에게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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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이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20대 남성들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들 가운데 자신이 '이대남'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3.3%에 불과했고, 아니라는 응답이 이보다 많은 36.8%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40.0%는 '잘 모르겠다'를 선택했다. 20대 남성들의 응답은 정치성향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관찰됐는데, 스스로를 '이대남'이라고 생각하는 20대 남성들은 보수(44.1%)에서 중도(16.5%), 진보(8.3%)로 갈수록 비율이 낮아졌다. 반대로 '이대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보수(20.6%), 중도(41.8%), 진보(50.0%)로 갈수록 명확히 높아지는 경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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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은 '이대남'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 20대 유권자를 위한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도 조사했다. 총 5개 항목을 제시한 후 각각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묻는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관련 정책 공약이 더 자극적이게(포퓰리즘적이게) 됐다' 항목이 가장 많은 동의(65.8%)를 받았다. 그 뒤를 이어 '공약이 더 많아졌다'가 55.0%의 동의를 받았고, '관련 공약에 있어 후보별 차별화가 더 어려워졌다'(47.8%)와 '공약이 더 다양해졌다'(45.5%)는 절반을 조금 밑도는 동의를 받았다. '공약의 실효성이 더 높아졌다'에 동의한 응답자는 32.6%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미디어이슈' 8권 2호에 실렸다. 언론재단 홈페이지 미디어정보→미디어이슈에서 내려받기 해 살펴볼 수 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조사방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는 ‘이대남’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설문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의 패널에서 성별, 연령대 및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할당해 모집했다. 조사참여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50.0%, 여성 50.0%로 동일했으며, 연령대별로도 20대, 30대, 40대, 50대 각 25.0% 비율이었다. 거주지역별로 보면 서울 19.3%, 인천·경기 32.6%, 충청권 10.8%, 경상권 23.6%, 전라권 9.5%, 강원·제주 4.2%였다. 학력을 기준으로는 고졸 이하가 18.4%, 대학 재학 및 졸업이 72.4%, 대학원 재학 이상이 9.2% 비율이었다. 실사는 2022년 3월 10~14일에 이뤄졌다. 조사 안내 이메일은 6,925명에게 발송됐으며 그 중 2,018명이 조사페이지에 접속했고, 성별·연령대·거주지역별 할당 등의 이유로 조사과정에서 탈락한 이들을 제외하고 응답을 완료한 사람은 1,303명이었다. 그 가운데 데이터 클리닝 과정 등을 거쳐 총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