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증가하며 인쇄업·문구업종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학생들에게 학습 준비물을 지원하고 관공서에 자체발간실을 운영해 업계 쇠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몰락업종에 대한 지원, 소상공인들과의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수원 교동 인쇄골목은 한때 수원지역 전체 인쇄업소의 절반이 몰려있을만큼 경기도 인쇄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인쇄업이 쇠퇴하고 수원시청 등 관공서가 이전하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소상공인들은 오는 5월 경기도청사가 광교로 이전하면 불황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 명성' 수원시 교동 인쇄골목
종사자들 "대형마트 등 투잡 뛴다"
지난 25일 오전에 찾은 교동 인쇄거리.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일 평일 오전이었지만 문을 닫은 곳들이 여럿 보였고 문을 연 가게에서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15년째 인쇄업에 종사 중인 김연구(60)씨는 "인쇄업을 아예 그만두거나, '투잡'을 뛰는 사람들도 많다"며 "물류센터나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다가 저녁에 인쇄일이 생기면 잠깐 하는 식이다. 그래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호(64)씨는 "40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인쇄소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며 "도청이 이전하면 상권은 더 낙후될 텐데, 주민들과 호흡은 없고 자기들만 움직여버린다"고 토로했다.
최저가 입찰에 밀린 문구점 시름 속
학습 준비물 지원·자체발간실 운영
몰락 업계 쇠퇴 부추긴단 지적 커
문구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늘어난 데다 정부가 학생들에게 학습준비물을 지원하며 '학교 앞 문구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각 학교가 전자입찰을 통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데, 대부분 최저가 입찰이라 학교 앞 문구점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물량공세가 가능한 대형업체들만 시중가보다 싸게 입찰해 최저가를 맞출 수 있어서다.
오산시에서 문구점을 운영 중인 김모(42)씨는 월세를 낼 수 없어 가게 문을 닫을까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이전보다 반토막이 났다. 문구점도 학교에 영업을 해야 하는데 동네 문구점은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몰락업종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이분들은 영업시간을 제한받지 않아 손실보상도 받지 못하는데, 보다 폭넓은 피해지원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관공서가 문구를 입찰로 구매하거나, 자체발간실을 운영해 인쇄하고 있다. 그러나 동네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영세 업체에서 구매하고 해당 부분을 감사에서 제외하는 등 기관이 앞서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