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교훈에 힘입어 우리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사실은 틀림없다. 특히 국민 1인당 국민소득만 보면 지난해 3만5천달러를 돌파해 G7 반열에 올랐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다. 박정희가 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70년 전 67달러로 최빈국 국민의 삶은 이제 기억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경제 대국의 웅장한 지표와 사뭇 다르다. 전국의 화물차 기사들이 치솟는 유가 때문에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민들은 다락같이 오른 식료품, 공산품 가격에 기절할 지경이다. 서민의 반려주였던 소주도 늘어가는 빈 병에 가슴을 졸여야 할 만큼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인상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경제 대국인 동시에 자원빈곤국이라 서민의 삶을 떠받치는 자원시장을 우리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탓이다. 당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밀 가격이 치솟았다. 화석에너지와 밀가루, 옥수수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서민의 삶은 국제정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에너지 위기, 고물가 시대는 G7급 경제 대국 지표에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양극화이다. 1인당 3만5천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은 평균치이다. 평균에 못 미치는 서민들이 태반이다. 평균 이상의 소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고통을 대다수 서민이 절감하는 구조이다. 건강하지 않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라, 빵값이 비싸면 쌀밥을 먹어라 할 수 없는 시대다. 대중은 평균치의 삶을 지향하고 요구한다.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 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나, 국민은 식료품 매장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는데 6천만원짜리 패딩을 입고 1조원대 요트를 꼬불쳐 둔 푸틴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촛불 탄핵의 대상이다.
경제 대국의 지표를 자랑하기에 앞서 자원빈곤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타개할 정치와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경제 대국의 가난한 국민. 온전히 정치와 정부 탓이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지는 불철주야 감시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